바람소리/작은이야기
봄바람 맞으며 들에 나갔습니다. 혹여 제비꽃이라도 볼 수 있으려나 기대했는데 아쉽게도 제비꽃은 보지 못하고 바위틈에서 바람 피하고 있는 자잘하지만 아린 작은 생들을 만났습니다. 꽃 이름 모르시더라도 제게 묻지 마이소. 제일 외우기 힘든 게 식물이라서 심마니 선생님으로부터 늘 빵점 맞거든요. 아마 심마니님이 보시면 알려 주실 겁니다. 바람 때문에 한참을 기다려 겨우 찍었습니다. 아직 몽우리가 체 열리지 않았는데 용케도 한 녀석이 활짝 피었네요. 예전엔 이 녀석을 보면 먼저 맛을 보고 그리고 수술을 뜯어 꽃 싸움도 했는데 쉼 없이 흔들리는 모습이 힘겨워 보입니다. 꽃은 늘 웃기만 하는 줄 알았는데 아무리 그리 보려 해도 웃는 것 같진 않습니다. 꽃은 늘 그 모습 그대론데 보는 눈이, 마음이 그런가봅니다. 누군가와 같이 봤어야 하는데 혼자 봐서 그런가봅니다. 찡그린 꽃 보고 싶지 않으시다면 절대로 혼자 꽃 보러 가지 마이소. 정작 웃기는 건 강바람인가 싶네요. 혼자 들판을 헤매고 다니니 참 웃기긴 합니다만, 그래도 저는 그 시간이 젤 편안하데요. 작은 그들이 자꾸 편해지데요. 날이 갈수록 더 작은 것 들이... 작고 작은 그들이... 혹 양지바른 언덕에서 제비꽃 찾는 할배 보시거든 강바람인줄 아이소. 휴일 밤 행복 하이소...^_^ -06.04.02 강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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