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소리/작은이야기

전복과 괭이밥

강 바람 2006. 8. 21. 14:35


지난번 어떤 귀(耳?)인이 주신 책을 펼쳤다. 
노안을 핑계로 책을 놓은 지 수 삼년인데
책 내용이 편해서 
한 장만 더 한 장만 더 하다보니 눈이 침침해진다.
밖을 내다보며 눈 쉼을 하는데 
쌓아놓은 전복껍질이 눈에 들어온다.
순간, 바람의 자폐증이 다시 발동한다. 

화분에 괭이밥이 노란 꽃을 물고 있는데 
이 녀석들 너무 극성이라서 뽑긴 하지만 
그럴 때마다 키우느냐 뽑아야하느냐로 늘 작은 갈등을 겪는다.
두어 놈을 간택해설랑 전복껍질에 옮겨본다.
그냥 버려지느니 이렇게라도 잠시 곁에 둬 볼까 싶기도 하고
내팽개치는 것에 대한 미안한 맘도 쪼매 곁들여서...

한 녀석을 앉혔는데도 전복껍질에 꽉 찬다.
담엔 좀 큰 전복을 사달라고 해야지...
이렇게 두개를 만들어

한 녀석은 사각 접시에

또 한 녀석은 둥근 그릇에 얹었더니 그냥 좋다.

큰 것은 큰대로 좋지만

작은 것은 그 나름으로 이쁘다.
가까이 들여다보기만 하면...

물끄러미 바라보는 아내의 시선이 수상타.
"에구 좁쌀영감..." 하는 것 같다.
하긴 내가 생각해도 수상타만...

느티나무 라면탁에 올려놓고 
다시 책을 폈지만 글자는 눈에 들지 않고
자꾸 그 작은 것에 눈이 간다.

책 읽긴 틀렸고
그냥 멍하니 또 창밖을 내다본다.
하늘엔 낮은 구름이 빠르게 흘러가고
세찬바람에 나뭇가지가 춤을 춘다. 
던져진 동전이 굴러가듯이 
새들이 하늘을 날아가듯이 
내 혼자일 때는 내 마음대로
그렇게 지내왔어
창문너머로 나를 부르는
한 가닥 실바람에
나는 살고 싶어
나는 주고 싶어.....
아침부터 틀어놓은 노래가
편하게 가슴으로 젖어든다.
-06.04.19 강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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