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소리/작은이야기
지난번 어떤 귀(耳?)인이 주신 책을 펼쳤다. 노안을 핑계로 책을 놓은 지 수 삼년인데 책 내용이 편해서 한 장만 더 한 장만 더 하다보니 눈이 침침해진다. 밖을 내다보며 눈 쉼을 하는데 쌓아놓은 전복껍질이 눈에 들어온다. 순간, 바람의 자폐증이 다시 발동한다. 화분에 괭이밥이 노란 꽃을 물고 있는데 이 녀석들 너무 극성이라서 뽑긴 하지만 그럴 때마다 키우느냐 뽑아야하느냐로 늘 작은 갈등을 겪는다. 두어 놈을 간택해설랑 전복껍질에 옮겨본다. 그냥 버려지느니 이렇게라도 잠시 곁에 둬 볼까 싶기도 하고 내팽개치는 것에 대한 미안한 맘도 쪼매 곁들여서... 한 녀석을 앉혔는데도 전복껍질에 꽉 찬다. 담엔 좀 큰 전복을 사달라고 해야지... 이렇게 두개를 만들어 한 녀석은 사각 접시에 또 한 녀석은 둥근 그릇에 얹었더니 그냥 좋다. 큰 것은 큰대로 좋지만 작은 것은 그 나름으로 이쁘다. 가까이 들여다보기만 하면... 물끄러미 바라보는 아내의 시선이 수상타. "에구 좁쌀영감..." 하는 것 같다. 하긴 내가 생각해도 수상타만... 느티나무 라면탁에 올려놓고 다시 책을 폈지만 글자는 눈에 들지 않고 자꾸 그 작은 것에 눈이 간다. 책 읽긴 틀렸고 그냥 멍하니 또 창밖을 내다본다. 하늘엔 낮은 구름이 빠르게 흘러가고 세찬바람에 나뭇가지가 춤을 춘다. 던져진 동전이 굴러가듯이 새들이 하늘을 날아가듯이 내 혼자일 때는 내 마음대로 그렇게 지내왔어 창문너머로 나를 부르는 한 가닥 실바람에 나는 살고 싶어 나는 주고 싶어..... 아침부터 틀어놓은 노래가 편하게 가슴으로 젖어든다. -06.04.19 강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