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소리/작은이야기
소라껍데기를 들고 요리조리 앉음새를 살펴보고 있는데 놀리듯 한마디 건넨다. "소꿉장난 하는교?" "놀아줄래?" 질세라 한마디 했더니 잘못 건드렸다 싶은지 대꾸도 없이 자리를 뜬다. 부처님오신 날이 퍼떡 지나야할 긴데... 여기저기 화분을 뒤적거려 뿌리가 실한 괭이밥을 한 숟가락 떴다. 뿌리만 실하면 다시 새싹이 돋을 것이란 믿음으로. 뿌리만 실하면... 소라의 뿔이 다리 역할로 제격이다. 눕혀지기도 하고 세워지기도 하니 다양한 연출이 가능하고 굳이 돌멩이를 괴지 않아도 되니 안성맞춤이다. 한 가지 흠이라면 전복처럼 물 빠질 구멍이 없다는 거다. 송곳으로 뿔 가운데를 뚫으려 했더니 어림도 없다. 그냥 쓰자. 대신, 물 준 뒤에 잠시 기울여 두면 되겠지. 고이면 썩는 게 물이니...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하다 싶은 게 여태껏 잡초라고 괄시하던 괭이밥이었는데 지난번 전복에 심고부터는 맘이 달라진 거다. 그동안 필 듯 말 듯하던 녀석이 그 좁은 곳에서도 드디어 어제 앙증맞은 꽃을 피웠는데 정말 대견하고 곱다. 하지만, 아직은 안심할 수없다. 뿌리내리기가 어디 쉬운 일이던가? 얕은 전복에 얹어놓고 이끼로 겨우 덮어놓은 상태라 금방 말라버리니 아침저녁으로 들여다보고 손끝으로 수분체크를 하고 햇볕에 내놨다간 들이고를 반복하며 키워서 샛노란 꽃을 봤으니 어찌 곱지 않으랴. 덩달아 화분에 늘려있는 그들마저도 전에 없이 눈길이 자꾸 가는데 애착이기도 하겠지만 쓰임새가 있음으로 해서 생긴 욕심이려니. 이러다 욕심이 괭이밥 뿌리만큼 성해질라... 이제 괭이밥은 성가신 잡초가 아닌 귀한 화초가 된 셈이니 정들이면 사람이나 풀이나 같은가 싶고 귀천貴賤은 괭이밥의 몫이 아닌 나의 간사한 마음으로 정해지나보다. 이것도 욕심겠지만 요런 욕심도 없으면 뭔 재미로 사누?...ㅎㅎ 그나저나 이녀석, 파도소리로 잠 못 드는 건 아닐지... 경주에서 너무 무리(?)해서인지 그 후유증이 일주일 내내 따라다닌다. 오늘 모처럼 방콕해서 체력보강 좀 해야겠다. 그러면서도 마음만은 퇴촌도 가고 정선도 간다. 아무래도 美親갑다. 사월이 오는가했더니 벌써 가고 있다. -06.04.30 강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