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라버지, 바람쐬러 가자"
"안돼, 연우 기침하는데 바람 쐬면 더 아파"
"하라버지도 기침하면서 바람 쐬잖아"
할배가 알레르기성 비염 때문에 재채기를 자주 하는데
그저께 저녁나절에
녀석과 산책 나갔다가 재채기를 좀 했더니
그걸 예로 들면서 굳이 나가잔다.
기침이 심해서 어제 병원엘 갔다가
소아 기관지염이란 진단을 받고
주사에 링거까지 맞고 세시간만에 돌아왔는데
오늘 또 나가려해서
"연우 기침해서 안 돼"했더니
"나도 할아버지처럼 기침하면 오면 되지..."
일단 나가보고 기침하면 오자는 말이다.
참 기도 안 차서 원...
"기침하면 또 병원에 가야하니까 안돼"
좀 강경하게 거절했더니
제 엄마에게 쪼르르 달려가서는 울어 재낀다.
"으~앙~~!!! 연우 슬프다...으~앙~~"
에구~어쩌누 슬프다는데...
우는 녀석을 달래서 옷 입히고 양말 신겨서 나가려했더니
삐쳤는지 굳이 제 엄마랑 가겠다면서 집을 나선다.
덕분에 길게 누워 편하게 쉬었지만
어째서 편하지만은 않으니
참 요상한 할배 맴이네...
저녁 먹고 나도록 들어오질 않아
우야꼬 나가볼까 하고 있는데
놀이터라고 연락이 왔다
내려가보니
제 엄마는 가자하고 연우는 싫다하고...
할배랑 다시 놀았다.
시소도 타고 그네도 타고
철봉도 매달리고 미끄럼틀도 타고...
한참을 더 놀다가 겨우 데리고 들어오면서
"연우 아까 슬펐어?" 물으니
"이제 기분 좋아졌다.!!"
그래서 또 한바탕 웃으며
저녁 나들이를 마무리 했다.
늦은 저녁을 먹으면서 제 엄마랑 쫑알거리고 있다.
"오늘 한복 입고 절해야 하나?"고 묻고 있다.
제사라고 했더니 그게 궁금한가 보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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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0.19 강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