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소리/방문·만남

그대는 봄비를 좋아하나요?(2005.0.05)

강 바람 2006. 10. 23. 18:45


어린이날이라고 하지만
놀아 줘야할 어린이도 없으니
에고 일거리가 없으면 놀거리라도 찾아봐야지 싶어
하다 만 다탁 마무리도 할 겸
동산님과 노숙 아지트로 갔습니다.
할배와 예비할배가...
초록으로 갈아입은 풀들 사이에
노란 민들레들만 우뚝우뚝 서 있는데
민들레 씨앗들은 어미 품 떠나 홀로서기를 시작하네요.
까만 고추모종판을 뒤에 세우고 한 컷!

우선 보이차 한잔으로 갈증을 달래고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저는 작은 다탁을...
동산님은 더 작은 다탁을...
솥뚜껑님은 화대를...
지게작대기님은 옷걸이를...
노숙자님은 총감독 및 함지박을...

다탁을 마무리 하고 나니
봄비가 촉촉하게 내립니다.

창고 추녀 밑에 쪼그리고 앉은 폼 좀 보이소.
해 가리려고 썼든 모자는 비 가리개가 됐고
비 오는 날에 샌들 신은 저 청승을...

그럭저럭 풍성한 전리품을 거두고 마무리했습니다.

저의 느티나무 다탁과 찻잔받침.
얼마나 좋은가 눈이 아예 감겼네요.

동산님의 느티나무 소품

노가다때문에 밀쳐뒀던 노숙자님의 함지박

몇 달을 묵혀뒀던 지게작대기님의 옷걸이
(나도다 더 감깄네...ㅎㅎ)

미완성인 솥뚜껑님의 화대

어둠이 내릴 즈음
품에 나무 한 토막씩 안고 돌아왔는데
기껏 만들어 오니
아내가 찜해버렸습니다.
한집에 살면서 뭔 소린가 하시겠지만
어디 선물할 곳이 있다네요.
우얍니꺼. 
제가 잘 살아 가려면 어쩔수 없겠지요? 
어느 회원님의 글에서처럼
저 나무와의 인연은 몇 겁이고
저 사람들과의 인연은 또 몇 겁이고
다시 저 나무를 받을 사람과의 인연은 또 몇 겁일지...
2005년 어린이날은
어린이만 즐거운 게 아니라
할배도 즐거운 하루였습니다.
님들 봄비 좋아하세요?
-05.05.05 강바람-

'바람소리 > 방문·만남'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반쪽이의 고물자연사박물관  (0) 2006.12.21
무주 송년의 밤  (0) 2006.12.13
산골에서...  (0) 2006.10.23
삼랑진 번개  (0) 2006.10.23
다요 작은음악회  (0) 2006.1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