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소리/방문·만남
다요 음악회에 참석하였다가 늦은 시각에 삼랑진으로 가는 바람에
뭐 하나 돕지도 못하고 주는대로 넙쭉 묵기만 했습니다.
염소국물라면탕...
염소 숯불구이에 쇠주 한잔...오늘은 한병...ㅎ
소원이던 동산님 사모님의 아코디언 연주를 들었습니다.
오늘은 완전히 음악의 밤입니다.
가을 밤에 듣는 아코디언의 음색은 바로 환상이었습니다.
오십견만 아니엇더라도 좀더 들려달라고 졸랐을긴데...
무지무지 아쉽습니다.
밤사이에 무신 이야기가 오갔는지 내는 모립니다.
평소와 달리 과음(?)한 탓에 세시경에 잤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니 강마을엔 안개가 자욱합니다.
펼쳐진 풍경이 아련합니다.
폼생님이 시를 잘 쓰는 비결이 궁금했는데
아침 풍경이 바로 시였습니다.
도회지의 흔한 벽돌도
시골에서 꽃과 함께 있으니 그 나름으로 자연스럽고
운정님과 연이사랑님이
간밤의 잔해를 헤집으며
어수선한 전장을 정리하고 있네요.
안개낀 마을을 또 배회하고
선비님이 중심이되어 차려낸 아침 상을 물리고
천태산 꼭대기의 천태호에 올랐습니다.
아래쪽에선 미쳐 느끼지 못했던 가을이
산에는 이미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자판기 커피도 한잔씩 하고
미인들 앞에 사진사들이 줄을 섭니다.
단풍의 마음은 강심에 머물고
길 나서면 브이를 그리는 소녀의 마음
트럭 짐칸에 타라고 했더니
또 재잘재잘 아이들 같고
무엇이 그리 즐거운지 장난꾸러기 그대롭니다.
역시 머스마들은 무겁습니다.
그냥 히죽이 웃고만 있네요.
비포장 임도를 따라 산을 돌고 돌아
멀리 산 아래를 내려다 보며 또 한 컷
이건 분명 도로가 아닙디다,
차라리 계곡이라고 해얄 것 같습니다.
어딘가에서부터 터져 나온 실 같은 물줄기가
임도를 따라 흘러가면서
길은 온통 돌멩이 투성입니다.
삼천씨씨 사륜 구동 트럭의 위력을 실감했습니다.
뒤에 타고온 사람들
잡고 용쓰느라 온 몸이 편치 않았을겁니다...ㅎㅎ
내려오는 길에 여여정사를 들러서
잠시 또 다른 풍경에 젖어보았습니다만,
사찰내 즐비한 석물을 보는데
그 다양한 표정들이 어째서 편하지 않습니다.
돌 속에서 웃고 있는 모습이
내가 여지껏 보아온 그 웃음 같질 않았습니다.
내려오는데
처음 짐칸에 타고는 신나 하던 사람들이
모두 안으로 들어오려고 합니다.
나도 한번 타봤습니다.
바람이 장난이 아니었고
휘청거리면 중심 잡는게 여간 힘든 게 아니었습니다.
트럭 뒤, 그거
아무나 아무 곳에서나 타는 게 아니었습니다
한마디로 혼났습니다.
그냥 헤어지는 게 섭하다고
라면 한그릇씩 든든하게 묵고
오후 두시에 헤어졌습니다.
모처럼 신나는 주말이었고
함께하신 님들 즐거웠습니다...^_^
-06.10.23 강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