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소리/방문·만남
시월 하순이지만 여름처럼 따뜻한 날
작은음악회에 참석하고자 다요를 찾았다.
찻집은 아직 조용한데
현수막과 돌담 밑 코스모스가 반긴다.
힘은 없지만 혹시 거들 일 있으려나 싶어
일행 부부와 함께 좀 이른 시간에 들어 섰는데
워낙 부지런하고 확실한 쥔이신지라
식탁용 판재 석장과 의자용 통나무 너댓개 옮기고 나니 할일이 없다.
부침개 지지는 일은 시켜 주지 않을 것 같고
이른 손님이 한분, 두분 오시고
나는 또 버릇처럼 주변을 기웃거린다.
쥔의 남다른 감각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황토벽과
꽃과
옹기와
작은 통나무의 어울림이 참말로 조화롭다
출연자이신 초암선생님이 오셔서 무대로 쓰일 곳을 새로이 꾸미는데
역시 남다른 감각에 고개만 끄덕끄덕...
담벽을 기어오르는 담쟁이의 자태와
가을에만 볼 수 있는 특별한 색감에 취해본다.
이름 모를 꽃에서도
계곡 건너 낡은 기와집에도
갈바람에 한들거리는 억새에도
멀리 통도사 산문 뒤의 다리에도
기와와 흙담이 잘 어울리는 고즈넉한 풍경에도
누렇게 익어 가는 벼이삭에도
이렇듯 가을은 제 색깔로 체워 가고...
사람들은 그 밤을 아름다운 선율로 다시 체운다.
이제 부터다.
떡, 부침개, 두부, 막걸리, 김밥, 각종 차....
그리고 정말 맛있는 김치...
세세한 부분까지 쥔의 마음이 고스란히 베어있다.
차렸 주셨으니 맛나게 먹어 주는 게 예
우선 든든하게 채워 넣고 기다렸다.
조촐하지만 정감가는 무대도 준비되고
사람들은 시간을 기다리고
악기 조율음에 내 마음은 벌써 가을 하늘에 둥실 뜬다.
이미 70여명의 관객이 작은 마당을 가득 메우고
가을 밤 하늘에 색소폰 소리를 시작으로
그렇게 작은 음악회는 시작되었다.
작은 음악회라고 했지만 결코 작지 않은 음악회였다.
계획 하시고 준비 하시고 진행 하며
아름다운 밤을 선물해주신 님들께 감사드립니다.그밤 그 자리에 함께 할 수 있었음에 감사드립니다.
-2006.10.23 강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