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같이 포근한 날, 나들이를 했습니다.
나들이라 해봐야 야산이나 기웃거리고
나무토막 하나로 하루를 씨름하는 일이지만
어디든 나서면 편하고 자유로워서 자주 나섭니다.
오늘도 창원으로 갔네요.
천선님이 대뿌리를 파 놨다고 해서 차시 다듬을 양으로 갔는데
대뿌리 다듬는 게 생각 보다 수월치 않습니다.
도끼를 들고 덤벼들었지만 무성한 잔뿌리 속에 숨은 돌멩이 때문에
도끼날 다칠까 싶어 함부로 내려치지도 못하고
그 속에 숨은 대를 다칠까 신경 쓰이기도 해서요.
만만한 그라인더를 들었습니다.
이넘으로 잔뿌리를 털어내는데
잔뿌리에 묻혔던 흙이 가루되어 날면서
코로 입으로 눈으로 귀로...에구~~ 켁켁...
누구는 대뿌리 쓱 잘라서 다듬는 게 쉬울 텐데
굳이 가짜 대나무 차시를 만드느냐고 하시지만
차라리 가짜 대나무 차시 만드는 게 훨씬 쉬울 것 같네요.
한 시간 넘게 씨름해서 겨우 세 개 다듬었습니다.
이것도 그냥 쓸게 아니라 삶아야 한답니다.
전에 잘 마른 대나무를 그냥 썼는데도 별 이상이 없었습니다만,
만사 불여튼튼이라 했던가요?
암튼 삶아서 쓰기로 하고 오늘은 여기서 끝냈네요.
오늘 이 글을 쓰면서 잠시 생각해보니
별로 내세울 것도 없는 참으로 작은 이야기들을
미주알고주알 많이도 지껄였다 싶데요.
특별히 도움 될 정보도 아니고
특별히 알아야할 것들도 아니고
특별히 내세울 거리도 아닌
알아도 그만, 몰라도 그만일 그 작은 이야기들을
굳이 주절주절 함은
누구나 가질 수 있고 누구나 할 수 있기에
쉽게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으리란 생각에서였고
그 작고 작은 것들을 나누고 싶은
누군가가 있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누군가가...
노가다 중에 상 노가다가 흙일이라더니.
허리가 아파서 삽질도 제대로 못하지만
하는데 까지 해보자고 덤벼들었다가
서너 삽 겨우 뜨고는 곡괭이질로 업종 변경했습니다.
구부리지 않고 할 수 있어 좀 수월해서요.
뒤에서 미는 것도 역시 만만치 않아 두어 번 해보곤 기권했습니다.
"행님, 고마 쉬이소..."
안타까운 마음에 쉬기를 권하지만
그냥 멀뚱히 있는 게 더 고역입디다.
물러설 때 물러서더라도
하는데 까지 해보자고 덤벼들었는데 역시 어렵더군요.
흙일이 상 노가다란 말을 몸으로 경험했습니다.
나이도 성격도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
카페라는 생소한 곳에 발 들여놓고 한동안 눈팅만 하다가
처음, 번개니 노가다니 어울리며 생각 한 것이
나이대접 받기를 바라선 안 되겠다는 것이었지요.
젊은 사람들 일하는데 방해만 될 뿐이었지만
그래도 개의치 않고 들이민 것은
다만, 함께 해보겠다는 것이었고
그것은 어울림의 기본이라는 생각과
무엇보다 자신이 즐겁다는 걸 알았기 때문입니다.
운동도 안 하는데 그거라도 해야 오래 살 것 같아서...
한 삽 뜨고 허리 펴는데
눈앞의 매화나무에 꽃망울이 쳐다봅니다.
눈 속에서도 피는 녀석이니 이상할 것도 없지만
나무에 돋아난 그 모양새만으로도 어느새 봄인 듯싶었습니다.
녀석 덕분에 사진 찍는다는 핑계로 잠시 쉬었습니다.
사진이 제법 떨렸네요.
겉으론 아닌 척 숨소릴 감췄지만 카메라는 알고 있었나 봅니다.
강바람 호흡이 고르지 못했음을...ㅎ
노동이 있었으니 당근 휴식이 있겠지요?
그것도 새참과 함께 하는...
점심 먹고 재래시장에 가서 문어를 한 마리 사왔는데
그걸 삶아 먹었습니다. 당연히 소주를 곁들여서...
삶을 그릇이 마땅찮아서 주전자를 이사용했는데
새까맣게 그을린 주전자가 좀 거시기하지만
문어맛에는 이상 없었습니다.
어때요?
발그레한 색깔도 좋은데 이리 오시지요? ^^
똥가리 작업도 했습니다.
대추나문가 싶은데,
글은 제가 그리고 각은 천선님이 해주셨습니다.
서각용 돋보기를 사든가 해야지 자꾸 해 달래기도 미안코
쥐어뜯더라도 스스로 하면 성취감이 더 클 텐데...
"참"
사전적 의미로는 "올바름" "진실" 뭐 그런 뜻이겠습니다만,
내 딴에는 여러 가지 의미로 고른 글자고
웃는 모습을 그리려 했는데 시원찮네요.
나중에 다시 써(그려)볼 생각입니다.
가슴에 "참"자를 달고 다닌다고
올바르고 진실한 가슴이 될 리 없고
웃는 모습 달고 다닌다고
저절로 웃어지는 것도 아니겠지만
혹시 압니까?
쪼매라도 나아질는지...
하지만,
오래 걸고 다니진 못할 것 같습니다.
오늘 또 미주알고주알 이었네요.
편한 밤, 포근한 밤 되세요....^_^
-07.01.21 강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