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새옷 입고 등원하는 기념으로 한 컷 했습니다.
며칠 사이에 훌쩍 큰 모습인데
예전과 달리 사진 찍을 때의 표정이 어색합니다.
그만큼 컸다는 이야기겠지요? ㅎ
그래서 일부러 V를 하라고 했더니 조금 밝아졌네요.
지난번 가족운동회 때 찍은 사진입니다.
녀석들, 기다리느라 지루했던지
터진 풍선을 쭈~욱 늘여서 입을 감싸고 있는 녀석,
입이 찢어지도록 하품하는 녀석,
돌아서서 뒷사람과 쫑알거리는 녀석,
제 줄이 어딘지도 모르고 가운데 뻘줌하게 선 연우...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제 하고 싶은 대로 하는 아이들, 그럴 수 있는 녀석들.
제 애미는 줄 맞추지 못하는 것도 맘 쓰이고
선생님 따라 하라고 일렀건만
앞의 모니터만 쳐다보며 한 박자씩 늦게 가는 것도 신경 쓰이는가 보지만
이 녀석들에게 무엇을 바라겠습니까?
그냥, 건강하고 씩씩하게 잘 자라 주는 것만으로도 족 할 텐데...
더러 긴장도 하고
틀리지 않으려고 딴에는 고심하는 모습도 보이고
때론 멀뚱하게 넋놓고 있기도 하지만
그렇게 한 걸음씩 배우며 크겠지요?
60미터 달리기 하는데 긴장되는가보네요.
출발했습니다.
이 녀석, 돌이 지나고도 한참 뒤에야 걷기 시작했는데
걸음마가 늦어서 온 식구들이 걱정을 많이 했더랬습니다.
그랬는데도
때되니 다리에 살이 통통하게 오르고
하나씩 익혀가며 잘 자라서
뒤뚱뒤뚱하면서도 열심히 달리고 달려 3등했습니다.
아주 잘했지요?
하긴 자기가 몇등인지 알기나 하겠습니까.
아이들은 등수 신경 안 쓰는데
지켜보는 어른들이 더 안달합니다...ㅎ
지금은 겨우 60미터도 버겁겠지만
녀석들
비 온 뒤의 죽순처럼 쭉쭉 자라서
600미터도 뛰고 6키로미터도 뛰고
그 보다 더 더 먼 인생을 달릴 테지요.
녀석 데려다 주고 돌아 오는 길에
103동 화단 앞에 쪼그리고 앉아서 작은 꽃들을 찍고 있으니
손녀와 함게 지나가시던 할머니께서
뭐 찍을 게 있느냐고 물으시기에
"작지만 들여다 보면 다 이쁘지 않습니까?" 그랬더니 씩 웃으시네요.
하찮다면 참 하찮은 꽃이지만 이 녀석들도
누군가 눈여겨 봐 주는 이 있어 꽃 피울 힘을 얻지 않았을까요?
사람이나 꽃이나...
녀석이 좋아하는 콩순이 인형도 예쁘지만
샘 낼 줄도 모르고
토라질 줄도 모르고
화낼 줄도 모르는 콩순이 보다는
제 눈엔 요녀석이 더 이쁩니다.
큰절도 배우고
송편 빚는 법도 배우고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녀석을 보면서
내 늙어 감은 잊은 채
녀석의 성장이 더 없이 흐뭇하고 즐겁습니다.
하지만 할아버지가 바라는 것은
꿈이 크는 그 곳에서
여럿이기보다 혼자의 시간에 익숙한 아이들이
배려하고 양보하고 보살피는 마음을 스스로 느끼며
어울림의 소중함을 조금이라도 알아갔으면 싶은데
아무래도 제 욕심이겠지요?
너무 많은 걸 알아버린 할배가
아이의 눈으로, 생각으로, 높이로 거들어 주기엔 무리가 있겠지만
내가 꽃을 밟음으로서 녀석도 꽃을 밟게 되고
내가 개미를 죽임으로서 녀석도 따라 하게 되는그런 우는 범하지 말아야겠단 생각을 잠시 했습니다.
늘 수고하시는 선생님들께 감사 드립니다.
월요일 아침 문앞에서 또 뵙겠습니다.
가을을 재촉하는 가랑비가 촉촉히 내리고 있습니다
...^_^
-07.09.28 연우 할아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