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나들이 했습니다.
커피 보온통 하나와 빵 한줄 우겨 넣고
고야님 전차에 몸을 싣고 그렇게 가을 마중 갔습니다.
말은 가을 마중이지만
나무둥지님께 좋은 소식이 있다기에 궁금하기도 하고
청도반시 감이 잘 익었다니 먹고도 싶고
겸사겸사 그렇게 청도 한재로 감찰 나갔습니다.
낯익은 둥지엔 감이 지천으로 널려있는데
지붕 위에도 가지에도 마당에도 박스에도, 심지어
산길에도 숲에도 감 천지였고
사람 사는 동네에도
길가에도
모두 고운 가을색들이었습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도 곱고.... (파락호님의 귀여운 공주님들)
정빈이랑 수빈이는 경운기 타는 게 마냥 신나는가봅니다.
털털거리며 감밭으로 가는데
엉덩이가 아파서 혼났지만 그래도 모두 즐거운 표정들입니다.
하지만
정작 고운 모습은 바로 이 풍경이었습니다.
나무둥지님의 곱고 고운 색시인데
마주 앉아 같은 곳을 함께 보고있는 모습이
그렇게 좋아 보일 수 없었습니다.
꺼칠하던 둥지님의 얼굴에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것만 보더라도
둥지님의 기분이 어떠할지 짐작이 가더군요.
몰카 의뢰를 받았기에 찍긴했는데
방해될까 조심스러워서 멀리서만 찍었습니다.
초상권문제로 크게 보여드리지 못합니다만,
제 맘대로 오늘의 으뜸 그림으로 정합니다.
그래도 혹 아쉬울 것같아서
궁여지책 끝에 이렇게 윤곽만 보여드립니다.
산 밑의 해는 너무 짧더군요.
거들어 드리긴 고사하고
일하는데 방해만 하다가 먹고, 싣고 돌아왔습니다.
나무둥지님, 미안하고 고맙습니다.
새사람의 온기로 한결 따뜻해진 둥지에서
알콩달콩 늘 행복하시고 웃음 가득한 나날이길 바랍니다.
축하합니데이....^_^
-07.10.14 강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