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소리/작은이야기

봄소식

강 바람 2008. 3. 14. 10:10

 

집앞에
작년에 피었던 그 꽃이 또 피었습니다.
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려서
몇번을 겨눈 뒤에야 겨우 한컷했습니다.
사방이 아파트라 이리 돌리고 저리 돌려도 삭막한 시멘트 뿐이어서
차라리 하늘을 배경으로 잡았는데 파란 하늘이 마치 가을인듯 합니다.

.

 

지난 겨울에 잠시 착각하고 나왔다가
닫지도 열지도 못하고 엉거주춤하던 목련 꽃망울이
아침 나절에 보니 피기 시작했네요.

 

유난히도 춥고 길었던 겨울.
저러다 그냥 가는가보다 했던 괭이밥이
그 모진 겨울을 어찌 버텼는지
봄되니 파릇한 새잎을 피워냈습니다.
참 대견합니다.

 

다관에도 햇살이 가득합니다.
피부도 좋고 색도 좋고 물 끊김도 좋은데
한가지, 뚜껑이 없어서 이렇게 밖에 나 앉았습니다.
멀쩡한 넘을 구멍 뚫어 화분하기도 그렇고
뚜껑을 나무로 만들어 쓰려니 그것도 여의치 않고
그냥 저냥 그렇게 따스한 햇살이나 받아 두렵니다.

 

작년에 얻어 심은 이 녀석.
노란꽃을 피우다가 시들었지만
봄 소식에 다시 새싹이 돋아납니다.
봄처녀의 꽃신 되어 이 봄에 사뿐사뿐 오겠지요?

 

대궁이와 잎 두장을 단 채 겨울을 난 이 녀석은
이 봄에 또 어떤 모습으로 돌아올지...
벌써 십여년 동안 보아온
해마다 똑 같은 나무와 풀과 풍경이지만
이 즈음의 이 풍경들은 늘 새롭습니다.

 

그릇도 있고, 물도 있고, 햇살 또한 가득하니
봄꽃 맞을 준비는 됐습니다.
이렇듯, 봄은 내 곁 가까이에 와 있네요.

 

주름꽃이든 별꽃이든
이름이 있든 없든,
길가에 있든, 돌담에 있든
작고 수수한 꽃이라도 가득 채워 주고 싶은데
놀기 바빠서 제때 채울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걱정은 안합니다.
그들은 이미 내 마음에서 피기 시작했으니까요.

 

투둑투둑 빗소리가 유난히 반가운 하루였습니다. ...^_^

 

-08.03.13 강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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