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소리/작은이야기
집앞에 작년에 피었던 그 꽃이 또 피었습니다.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려서 몇번을 겨눈 뒤에야 겨우 한컷했습니다.사방이 아파트라 이리 돌리고 저리 돌려도 삭막한 시멘트 뿐이어서차라리 하늘을 배경으로 잡았는데 파란 하늘이 마치 가을인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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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겨울에 잠시 착각하고 나왔다가 닫지도 열지도 못하고 엉거주춤하던 목련 꽃망울이 아침 나절에 보니 피기 시작했네요.
유난히도 춥고 길었던 겨울.저러다 그냥 가는가보다 했던 괭이밥이 그 모진 겨울을 어찌 버텼는지 봄되니 파릇한 새잎을 피워냈습니다.참 대견합니다.
다관에도 햇살이 가득합니다. 피부도 좋고 색도 좋고 물 끊김도 좋은데한가지, 뚜껑이 없어서 이렇게 밖에 나 앉았습니다.멀쩡한 넘을 구멍 뚫어 화분하기도 그렇고뚜껑을 나무로 만들어 쓰려니 그것도 여의치 않고그냥 저냥 그렇게 따스한 햇살이나 받아 두렵니다.
작년에 얻어 심은 이 녀석.노란꽃을 피우다가 시들었지만봄 소식에 다시 새싹이 돋아납니다. 봄처녀의 꽃신 되어 이 봄에 사뿐사뿐 오겠지요?
대궁이와 잎 두장을 단 채 겨울을 난 이 녀석은이 봄에 또 어떤 모습으로 돌아올지...벌써 십여년 동안 보아온 해마다 똑 같은 나무와 풀과 풍경이지만이 즈음의 이 풍경들은 늘 새롭습니다.
그릇도 있고, 물도 있고, 햇살 또한 가득하니봄꽃 맞을 준비는 됐습니다.이렇듯, 봄은 내 곁 가까이에 와 있네요.
주름꽃이든 별꽃이든 이름이 있든 없든, 길가에 있든, 돌담에 있든 작고 수수한 꽃이라도 가득 채워 주고 싶은데놀기 바빠서 제때 채울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하지만 걱정은 안합니다.그들은 이미 내 마음에서 피기 시작했으니까요.
투둑투둑 빗소리가 유난히 반가운 하루였습니다. ...^_^
-08.03.13 강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