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잠 놓치고
새벽에야 겨우 잠들었더니 한 낮에 깼다.
아침 겸 점심을 때우고 산책겸 앞산으로 향하는데
아파트 경비실 뒤 계단 아래에
여남은 살 개구쟁이들이 옹기종기 모였다.
계단 틈 사이에 무더기로 핀 괭이밥을 에워싸고
꽃이 예쁘다느니, 물도 없는데 어떻게 사는지 모르겠다느니
저마다 한마디씩 종알거리고 있다.
그 길이 학교로 통하는 길이라
평소에도 녀석들의 발걸음이 끊임없는 곳인데
매일 그 자리에 있었던 괭이밥이
오늘에야 녀석들 눈에 띄었나 보다.
급할 것도 없는 발걸음이라
녀석들의 하는 양을 지켜보고 섰는데
“뭐하노?! 머스마들이...”
아주머니 한 분이 그 중의 한 녀석을 일으켜 세우더니
“그랄 시간 있으몬 드가 공부나 해라!”
아이들은 뿔뿔이 흩어지고
응급결에 나도 자리를 뜨고...
어린이날, 어버이날...
오월이 무색하다.
-08.05.04 강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