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소리/할배랑 아이랑

환청

강 바람 2008. 9. 2. 23:20

침묵이었다.

녀석들 데려다 주고 오는 길에는

음악 소리도

아내의 말 소리도 없고

차 바퀴의 마찰음만 들릴 뿐

좁은 차안에는 무거운 침묵만 흐르고 있었다.

 

 

훤 하다.

거실을 가득 채웠던 보행기도 유모차도 쌍두마차도 없고

방마다 가득하던 빨래도 빨래건조대도 없고

여기저기 널려 있던 기저귀 뭉치도 간 곳 없고

앙증맞은 연우 책상도, 책도 없고

아무렇게 벗어 놓은 신도 옷도 없다.

훤 해서 좋다.

 

 

아무도 없다.

아들도 아직 안 들어왔고

아내도 외출했다.

아마도 녀석들 잘 커달라고 기도라도 하려는지...

그렇게 빈 방에 홀로 앉아 있으니

모처럼의 고요함이 어색하다.

 

 

조용하다.

녀석들 보채는 소리도 없고

잠투정으로 칭얼대는 일도 없고

장난감 음악소리도 없고

자장가도 들리지 않고

밤낮없이 돌아가던 세탁기도 멈췄다.

다만,

까르르르~~ 아이들 웃음 소리만 환청처럼 맴돈다.

 

에구~ 눈치없는 할매...

시원한 캔맥이라도 하나 채워 놓지...

 

-08.09.02 강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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