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이었다.
녀석들 데려다 주고 오는 길에는
음악 소리도
아내의 말 소리도 없고
차 바퀴의 마찰음만 들릴 뿐
좁은 차안에는 무거운 침묵만 흐르고 있었다.
훤 하다.
거실을 가득 채웠던 보행기도 유모차도 쌍두마차도 없고
방마다 가득하던 빨래도 빨래건조대도 없고
여기저기 널려 있던 기저귀 뭉치도 간 곳 없고
앙증맞은 연우 책상도, 책도 없고
아무렇게 벗어 놓은 신도 옷도 없다.
훤 해서 좋다.
아무도 없다.
아들도 아직 안 들어왔고
아내도 외출했다.
아마도 녀석들 잘 커달라고 기도라도 하려는지...
그렇게 빈 방에 홀로 앉아 있으니
모처럼의 고요함이 어색하다.
조용하다.
녀석들 보채는 소리도 없고
잠투정으로 칭얼대는 일도 없고
장난감 음악소리도 없고
자장가도 들리지 않고
밤낮없이 돌아가던 세탁기도 멈췄다.
다만,
까르르르~~ 아이들 웃음 소리만 환청처럼 맴돈다.
에구~ 눈치없는 할매...
시원한 캔맥이라도 하나 채워 놓지...
-08.09.02 강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