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좋아
작은 똥가리 하나 거머 쥐고 창가에 앉았더니
머리가 또 지끈 거린다.
이런 증상이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
돋보기를 쓰야 했던 사십대 후반부터 생긴 증상이다.
이유 없이 편두통에 관자놀이 까지 지끈 거리다가
급기야는 눈 뿌리가 빠질 듯 한 이 증상은
오랜 세월 겪다 보니 시력감퇴시에 나타나는 현상임을 알았는데
해 넘기자마자 또 그러니 역시 나인 어쩔 수 없는가보다.
그넘의 똥가리가 죄이기도 하겠지만...
돋보기를 벗어 들고 창밖을 보니 동백이 수줍게 웃고 있다.
작년 한 해 게으르게 산 결과 겠지만 올핸 작년에 비해 꽃이 적다.
그 아래 차디찬 타일바닥엔 벌써 떨어진 녀석도 두엇 보이는데
동백은 왜 싱싱할 때 떨어지는지
어느 님 말처럼 생살이 떨어져 나간 듯하다
좋아 하는 제비꽃도
뼈마디를 드러낸 채 편하게 쉬고 있는데
문득, 봄이 기다려진다.
이제 겨우 소한 지났는데 벌써 봄 타령이라니...
작고 보잘 것 없는 괭이밥.
처음엔 장난처럼 심었고
그러다 질긴 그의 인내를 사랑했고
노란 꽃을 보며 즐겨 했으니 어찌 버리겠는가.
버리지 못하는 이 마음을 누구는 청승이라고 하더라만...
콩제비꽃은 아직 파란 잎을 떨구지 못하고
반쯤 누운 채 해바라기를 하고 있지만
말라 버린 녀석 보다 더 안쓰러움은 왜 인지...
겨울이 지겹단 생각은 해본 적 없다.
겨울 없이 봄은 어찌 오고
가을 없이 겨울이 저 먼저 왔겠는가.
절기따라 피고지는 생이고 연이니 의당 참고 기다려야겠지만
시절이 시절인만큼
나도 모르게 자꾸 성급한 마음이 앞선다.
어쩌면 봄을 기다리는 게 아니라
뭔가 나아질거라는 기대감을 확인하고픈 건지도 모르겠다.
그때쯤이면
뜸했던 얼굴들도 보일 것 같은 기대와 함께...
햇살이 유독 따뜻했던 하루
'09'년 이 한해는
우리 모두에게도 이 햇살 고루고루 퍼졌으면...^_^
-09.01.07 강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