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소리/작은이야기
벽조목으로 반지를 만들었다.
벼락 맞은 대추나무가 행운을 준단다.
내 손가락에 걸어봐야 금방 깨질 거고
아내에게 줄 요량으로 만들면서
하는 김에 흑단도 몇 개 만들었는데
아내 손가락 굵기를 물어 본 적 없으니
내 새끼손가락에 대충 맞춰서
작다.
엊 저녁에 처음 알았다.
여자들의 반지 칫수가 평균 1.7센티라는 걸...
아침 티비에서
'철'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로 웅성거린다.
철이 없으면 자신은 행복한데 남이 불편할 수 있고
철이 있으면 남은 편하지만 자신은 불편하다는
뭐 대충 그런 이야기로 출연자들이 까르르 웃는다.
그들 따라 함께 웃고 있는 아내에게
"내는 어떠노?" 하고 물었더니
"철없지..."
길게 생각하지도 않고 바로 답이 나온다.
"히~~ㅎㅎ"
나도 길게 생각 할 것 없이 바로 수긍하며 웃고 말았지만
조금 미안코...많이 고맙고...또 거시기 하고...
창가에 돌아 앉아 사포질로 거시기함을 눙친다.
사포를 볼펜에 돌돌 말아서
한 시간여 문지른 끝에 겨우 맞춰 줬더니
손가락에 끼고 요리 보고 조리 본다.
금도 아니고 다이아 알도 없는
작은 나무 똥가리를 좀스럽게 조물거리는 내나
그걸 손가락에 끼고 입가에 미소를 머금는 아내나
철없기는 피차일반일 듯...
아마
앞으로도 철 들기는 어려울 테니
그냥 그렇게 적당히 철없이 살겠지만,
'적당히'를 어떻게 지켜 갈지 그게 걱정이다.
그러면서도 지금
"내일은 오데로 튈꼬?" 그 궁리에 골몰한 걸 보면
난 '대책없는 철부지'가 확실하다...^_^
-09.02.06 강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