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네 어쩌네 하면서도
두툼한 겨울 옷을 쉬 벗지 못했는데
죽은 듯 꿈쩍 않던 녀석들이
봄 기운따라 삐죽삐죽 올라 온다.
그 춘흥에 겨워
한 뼘 베란다에 쪼그리고 앉아 보니...
동백 화분마다
콩제비꽃 싹들이 심심찮게 올라온다.
작년 봄에 이 녀석 한 포기 심었는데
누구 하나 거들어 주는 이 없었건만
어디서 그런 힘이 생겼는지...
며칠 전에 심은,
뿌리만 겨우 남았던 노랭제비꽃(긴가? 민가?)에도
연한 새살이 발그레 돋았으니
그 힘은 또 누구에게서 받은 건지...
죽은 줄 알았던 줄딸기도 어렵게 잎을 틔우고
깨진 다관에 심은 제비꽃(흰색)도
좁은 곳에서 용케 겨울을 났다.
마사를 채우고
이끼로 담도 치며 둘러보니
소라껍질에 심었던 괭이밥들이 시원찮다.
뿌리가 너무 성해서인지
물빠짐이 좋지 않아 썩은 녀석도 있고
근근히 생을 이어 가는 녀석도 있어서
어떤 녀석은 이사 시키고
또 어떤 녀석은 인연줄을 놓기도 했으니
가는 인연이 있으면 오는 인연도 있을 터.
얻어 놓은 전복 껍질을 꺼내 배수구를 뚫고
굵은 마사를 깔아 새집으로 단장해서는
동백 화분에 무단 입주하여
일년 내내 눈치살이 하던 콩제비꽃을 옮겨 심었다.
제법 큼직한 녀석이라
문간방은 괭이밥 부부에게 전세 놓고...
나머지 하나에는 갯모밀을 앉히고
이끼 깔고 물 흠뻑 먹여 못 쓰는 접시에 올렸더니
그런대로 이뿌다.
이렇게 오늘 또 새 연을 맺었다.
'우리, 잘 살아보재이~~'
물 주고, 청소하고 ...
작은 녀석끼리 한 곳으로 모으고...
내친김에 동백 가지치기하고...
그렇게
버릴 건 버리고, 다독일 건 다독이며
나만의 봄맞이 행사를 마쳤다.
뻐근한 허리를 펴며 일어서다 보니
할배의 소꿉놀이가 재밋다는 듯
해바라기 하던 동백이 배시시 웃고 있었다.
밝고 따스한 햇살이 어김없는 봄이었다.
-09.03.16 강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