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려다 보니
벚꽃은 햇살 아래 눈부시고
짙게 드리운 그림자 위에 꽃잎이 눈처럼 날린다.
이 화사한 날을 누가 잔인한 사월이라 했던가.
여린 싹 위에 내린 춘설한풍이
한 겨울 앙칼짐보다 더 서러웠으니
정작 잔인한 것은
목청껏 울지도 못하는 그때 그 삼월인지도 몰라.
엊 그제,
해야할 일이 있어서이기도 하고,
화창한 휴일을 그냥 보내기 아쉽기도 해서 나섰더니
한 주 만에 복사꽃이 흐드러졌다.
납작 엎드린 작은 풀꽃들이
한 낮의 햇살에 보석처럼 반짝이는데
어느 것 하나
곱지 않은 녀석 있으랴.
엎드리지 않으면 보이지도 않는
이 여리디 여린 생들 하나하나가
모두 의미인 것을....
좋아서 헤집고 다니다보니
발밑을 소홀히 한 죄가 크다.
미안한 마음에
손가락 사이에 끼우고 흔적 하나 남긴다.
그래봐야 잠시겠지만...
그리고 만났다...제비꽃.
봄이면 유독 기다려 지던 애인 같은 꽃.
매년, 야산에서 해후 하던 녀석을
금년에는 묵힌 과수원에서 만났다.
밭둑에, 개집 옆에, 감나무 그늘에, 화단에...
갈아 엎은 흙더미 한 켠에도...
아쉬운 마음에 두 포기 얻어 왔다.
이것도 싫다, 저것도 싫다면서
유독 제비꽃만 챙기는 나를 보며
"하필, 쌔고 쌘 제비꽃이냐?"지만
그건 나도 모른다.
낮은 자세
고운 색깔
살포시 숙인 여리고 겸손한 작은 몸짓이
분명 사랑스럽긴 하지만
내 기억 속의 제비꽃은 늘
찬 바람에 가늘게 떨고 있는 모습 뿐이니
어쩌면 그것은
사랑이기보다 차라리 연민이었는지도 모르지.
이렇게 만나 꽃피우고 떨구고,
씨앗 여물리고 날리고,
푸른 잎 하얗게 바래어
찬 바람에 흐물흐물 녹아 버리면
나는 또 봄을 기다릴 테지...
다시 또 버릇처럼
아침이면 작은 화분을 기웃거린다.
비노니 제발
행복한 사월이기를 바라며...
-09.04.07 강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