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카페의 정모에 참석하고 왔습니다.
이넘의 몸뚱이가 금년들어 자주 말썽부려서
"우야꼬~ 우야꼬"하며 망설이고 있었는데
그넘의 샤스터데이지랑 원두막이 자꾸 꼬드기데요.
그래서 엉금엉금 길을 나섰지요.
덕분에 좋은 님들 만나서 즐거운 시간 보내고 돌아왔습니다.
준비하신 님들의 수고와
손에 들고 오신 맛난 먹을거리들과
궂은 일에 앞장 서신 이쁜모습들과
가진 재주 나눠 주신 마음들이 따뜻했습니다.
이번 정모를 위해서
그곳의 쥔장께서 심혈을 기울여 만든 원두막입니다.
바람 시원하게 소통하고 전망 또한 좋은데
덧붙여 운치까지 있으니 금상첨화였지요.
당연히 차와 음악은 필수고요.
이러다 도끼자루 썩을까 걱정입디다.
일찍 왔더만 좀 한가하네요.
솟대가 삽작을 내다보며 손들을 기다립니다.
하마 오려나...하마 오려나...
버릇처럼
주변을 서성입니다.
곳곳에 쥔장의 마음이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네요.
호롱불까지...
이런 꽃...
저런 꽃...
회원들을 유혹한 샤스터데이지?
샤스데지??...돼지샤스??...설마...ㅎㅎ
미리 말씀드립니다.
꽃 이름 외우려고 노력했지만
그동안 끌어 모은 잡동사니들로
작은 머리통이 꽉 차서인지
억지로 구겨 넣으려해도 도통 들어가질 않네요.
해서 모르는 건 그냥 구렁이 담넘듯 넘어갑니다.
이름 모르면 어떻고
귀하지 않으면 어떻습니까?
제겐 그냥 고운 꽃일뿐...
햐~ 요건 압니다. 금낭화...
어떤이가 그러데요.
꼭, 튀긴 통닭 매달아 놓은 것 같다고...
더러
곱긴 하지만 거북한 색깔도 있더군요.
아 물론 저 개인의 취향일뿐이지만요
이 녀석이 그랬습니다.
화훼용 양귀비라는데 고운데다가 품격까지 갖춘 녀석인데
너무 강열한 색상이 지레 질리게 하더군요.
이런걸 보면 학시리 논네가 맞습니다...슬프게도...ㅎ
무슨 꽃이냐고 여쭸더니
"무우라고 했는데 알타린가?..." 암튼 무우꽃이랍니다.
스스로 생각해봐도 저는 학시리 빈티지타입 맞습니다.
위의 화려한 꽃보다 이런 수더분한 녀석들에게 마음이 더 가니까요...
일급수 도랑가에 자연산 오디가 점점이 떨어져 있군요.
다리 위에서 까치발로 몇개 따 먹었습니다.
그렇게 빈둥거리다 보니 하나, 둘 손님들이 오시네요.
먹는 것부터 챙겨야겠지요?
화덕에 가마솥 걸어놓고 불을 지핍니다.
활활 타오르니 솥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몰라도
그 광경 보는것만으로도 배부르고 등 따신 느낌입니다.
여담이지만
제 어린시절엔 한해 걸러 흉년이 들곤 했지요.
놀다 들어오면서 습관처럼 굴뚝부터 쳐다보는데
기세좋게 솟아오르는 연기...
하지만, 그것이 더러는 슬픈 허세이기도 했으니...
(에구~ 또 엉뚱한데로 튈라카네)
각설하고,
이분이(죄송합니다. 닉을 기억치 못했네요. ㅜㅜ)
해보고 싶은 일 중 하나가 솥 걸어 놓고 불때는거랍니다.
이분 마음 다 아시겠지요?
딱히 무엇이라고 꼬집어 말할 수 없지만
결코 싫지 않은 일 중의 하나가 아궁이 불 지피는 게 아닐지
쪼그리고 앉아 활활 타오르는 불꽃 들여다 보는 그 맛...
그저 편안하고 풍족한 듯한 느낌...
그렇게 사람이 모이고
잔치는 시작됐습니다.
산 밑의 해는 원래 빨리 지는 법.
똑딱이(제가 들고 다니는 카메라)의 한계로
사진이 이렇게밖에 나오질 않네요.
부득불 후렛쉬로 한컷 했습니다.
나름, 중요하다고 생각돼서요.
하지만 많은 것 중에 이것 한장만 올리겠습니다.
솔직히 저도 당해봐서 아는데
먹는 것 가지고 사람 약올리는 거 정말 치사하거든요.
못 오신 님들 괜히 속상하시면 안되니까요.(어쩌면, 이 한 줄이 더 염장일랑가??)
자 이제 부터 놀아보입시데이...
암튼 잘 노시더군요.
힘도 좋으시고. 막걸리도 좋아하시고...
새로 지은 원두막과 하우스에
잡귀 물러나라고 한바탕 지신밟기를 하셨네요.
덕분에 저도 한 춤했습니다.
단, 어두운 나무그늘 아래서 어깨만 살짝살짝...
그렇게
샤스터데이지와의 첫날밤이 흘러갔습니다.
-09.06.09 강바람-
*(사진 더 있는데 20장 이상 올릴 수 없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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