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소리/방문·만남

산책길에서...

강 바람 2009. 6. 9. 17:25

 

9

 

맨발로님 댁에서 독방을 차지하고 잤습니다.

수년간 번개니 정모니 참석하면서

자는둥마는둥 한 켠에 웅크리고 밤을 세우기 일쑤였는데

모처럼 제대로 자는것처럼 잤습니다.

나이 때문에 배려하신거겠지만

그게 오히려 어색하더라는...

 

왼쪽의 피죽 울타리 집이 맨발로님 댁이고

돌아가는 길 모퉁이 그 끝에 수북하게 누워있는 나무가

문제의 향나무랍니다.

여섯시 조금 넘은 시각인데 쥔은 벌써 일하러 가시고 안 보이시더군요.

결국 인사도 못하고 떠나왔는데

농부로 산다는 게 그리 녹녹치 않음을 새삼 느꼈습니다. 

 

이게 뭔줄 아시겠습니까?

산소년님이 캐오신 산삼입니다.

불쑥 내밀더군요. 그냥 받아 먹었습니다.

이것이 정말 산삼이냐?

혹은 장뇌삼이냐?

그도 아니면 그냥 인삼이냐 따지지 마이소.

내가 산삼으로 생각하고 먹었으니 분명 산삼 맞습니다.

증거를 남기기 위해 한 컷하고

뿌리에서 잎까지 아작아작 씹어 먹었지요.

제가 먹은 게 어디 산삼뿐이었겠습니까?

그 마음까지 되새김했더랬습니다. 

 

저수지로 산책 나갔습니다.

안락한 차 세워두고

굳이 트럭에 오른 이들의 마음이 어떠했을지 아시겠지요?

그냥 그러고 싶은 그 마음은 모두 한결같으리라 여기기에

따로 설명드리지 않아도 아시리라 믿습니다.

 

 

의상저수지랍니다.

달고 시원한 아침공기가 콧속으로 스며들고

넓은 호수에 투영된 그림이 거울인듯합니다.

명경지수라 캤던가? 

인적없는 높은 곳에 자리한 덕분인지

농업용 저수지지만 일급수라네요.

 

 

그 길을 걷습니다. 

굽이 돌아간 길을 걷습니다.

곧게 뻗은 길이었다면 아마 지루했을지도 모르지요.

굽지도 않고 오르막도 내리막도 없는 길이라면 

무슨 재미로 그길을 가랴 싶더군요.

 

 

그러면서도

내 인생길은 좀 평탄했으면...하고 바라고 있으니

강바람 많이 얍삽합니다...ㅎㅎ

어쨌거나

풍경이든 나무든 직선보다는 곡선이 아름다운 건 사실입니다.

 

 

꽃씨님의 오래된 친구 '토이'도 따라 왔군요.

붙임성이 좋아서인지 모두들 좋아하더군요. 

아마도 인간세상의 처세법을 익힌 듯...

 

길 가다가 털버덕 주저 앉아 카메라 앵글을 맞추는 꽃씨님.

덕분에 앉아서 좋은 그림들을 볼 수 있었던가봅니다.

그는 찍사고

저는 찍찍사고...그렇다고 절대 파파라치는 아니니 오해 마시길...

 

이양반들

지금 뭘 보고 계신줄 아십니까?

S자로 기어 다니는 길쭉한 그넘을 구경하고 있는겁니다.

설마, 몸에 좋다니 국끓이려는 건 아니겠지요.?

 

그렇게 호젓한 길을 걷습니다.

이런저런 생각들이 두서없이 들고 나데요.

돌아보기도 하고 내다보기도 하고...

 

 

(이녀석 목이 탔던가봅니다.)

 

나만 그런게 아닌가봅니다.

묵묵히 앞만 보고 가는가하면

 

이렇게 뒤돌아보는 사람도 있는 걸보면...

.

.

.

 

돌아오는 길에 꽃씨님 댁에 들르 

 

꽃들도 보고 연못도 구경하고

젤 무서워한다는 개구리도 보고...ㅎ

 

각각 다른 모습들이 어울려 빚어내는

아기자기한 풍경을 끝으로

샤스터데이지의 배웅을 받으며 아침산책을 마쳤네요.

좋은 아침 선물해주신 모든 님들게 감사드립니다....^_^

 

-09.06.10 강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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