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소리/작은이야기

길 없음

강 바람 2009. 9. 5. 00:28

 

어제 해지도록 만든 건데

아직은 해결해야 할 게 많은 미완성입니다.

받침은 뭘로 할지

배경은 어떻게 할지

대는 뭘로 하고 높이는 얼마나 할지

전체 테마는 뭘로 할지...

뭔가 결정하고 시작했다기보다는

재료를 보고 무작정 시작한 겁니다.

재료는 관솔인데

그을리기도 하고 부러쉬로 털기도 하며

다섯시간 동안 씨름해서 겨우 여기까지 했습니다.

암튼, 난리부루스를 친 거지요.  

 

 

때론,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면서 그냥 내달릴때도 있잖습니까.

두려움과 기대를 한 아름 안은 채 내닫는 길,

언제 어디서 어떤 장애물을 만나 주저 앉을지

아니면 뜻하지 않은 요행을 만날지 모른 채

갈 수밖에 없기에 그냥 내딛는 길 말입니다.

하지만 이런 일은 그저 즐겁기만 합니다.

결과에 대한 두려움같은 거 없이 달콤한 기대에 빠질 수 있으니까요.

이제부터 며칠간 고민할겁니다. 그저 즐겁기만한 고민을요.

 

 

오늘 동네 이웃들과 단체외식 나갔습니다.

그래봐야

간단한 안주에 소주 한잔...그리고 Go 한 판...ㅎㅎ

 

 

음식점 건너편에 하얀 범선이 있기에

한 판 두드리자고 붙잡는 걸 뿌리치고 나섰습니다.

간판을 보니 라이브카페라네요.

뭐 특별할 것도 없고해서

산으로 이어진 길을 따라 나섰습니다.

 

 

산책로가 있는데 평일이라 인적은 없고

길인 듯 아닌 듯한 숲길을 따라 걸었네요.

앞에 뭐가 있을까 그런 궁금증이 자꾸 끌고 가는 겁니다.

아무 생각이 없습디다.

그냥 혼자라는...

편한 듯 하면서도 외로운....그런 생각...

그리고 한가지 세속적 염원... 

 

 

돌아서 내려 오다가

산책로 옆 쉼터에서 잠시 다리를 쉬었습니다.

오나가나 관심사는 그냥 지나칠 수 없나봅니다.

혹시 참고되려나 싶어 찍었습니다.

일테면 직업병 비슷한 그런 마음으로...ㅎ

 

  

이건 웃음이 편해서 한 컷... 

 

 

좀 이색적인 카페

안이 궁금하지만 혼자 뭔 맛으로 싶어서 그냥 패스...

이름이 낯 익습니다. '하늬바람' 이랍니다.  

 

 

화원에 들러

꽃 구경도 하고 느릿느릿 돌아 왔는데

일행들은 여전히 GO 삼매경에 빠져있고

한 시간만 더 있겠다니 어쩝니까?

음식점 뒷산으로 다시 길을 잡았지요.

 

 

여전히 조용한 길

 

아직 여물지 못한 밤...

그렇게 길따라 터벅터벅 걷다보니

어느덧 고갯마루에 닿고

내려 가면 계곡물이라도 졸졸 흐를 것 같아 부지런히 걷는데 

 

 

길이 없답니다.

저기 저 구비만 돌면 물소리라도 들릴 것 같은데 길이 없다니??

'아마, 찻길을 말하는 걸꺼야. 사람 지나갈 길은 있겠지...'

그렇게 안내판을 무시하고 내려 갔는데

 

 

경고랍니다.

그것도 개조심까지...

그래도 가 봤더니

쇠철망 울타리에 세콤에 자물통까지 있네요.

살짝 들여다 보니 무슨 기도처 같기도 하고요.

돌아 섰습니다.

돌아설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 이럴 수도 있는 거지.

길이 언제나 열려있는 것만은 아니었지. 

하지만 얼마나 다행입니까?

그래도 돌아설 길이라도 있으니 말입니다.

 

우엣기나 오늘

즐거운 산책길이었습니다.

또 자정을 넘겼습니다.

님들 가시는 꿈길엔

'길 없음'도 '개조심'도 없는 아름다운 길이시길...^_^

 

-09.09.04 강바람-

음악:a whiter shade of pale - jk김동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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