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소리/작은이야기

고향바다

강 바람 2009. 9. 16.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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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모님 돌아가신 후로는                                                                                 7번 국도 망양휴게소에서

마땅한 핑계가 없어 뜨문하던 고향길을

성묘를 핑계로 아내와 함께 나섰다.

여섯 시간 넘게 걸리던 고향길이

새로난 7번국도 덕분에

이제는 4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으니 무척 편해 졌다.

하지만, 그로해서

영덕을 지나면서 만나던 동해바다도

이젠 쉽게 볼 수 없게 됐으니

머지 않아

불편하지만 아름답던 그 옛길이 또 그리워 지리라.

 

 

묵호 어판장에 들렀다.

바다경기도 예전 같잖아서 한산한 부두는 낯설고

방파제 끝을 보고 있는 눈엔

50년 전 개구쟁이들이 가물가물 떠오른다.

여기서 저 방파제 끝까지 1.5키로를 헤엄쳐 다녔는데...  

 

 

고기가 잡히지 않아 걱정이란 말은 들었지만

작년 다르고 금년 또 다른 초라한 풍경...

 

 

누님이 사시는 옥계로 향했다.

제법 왁자했던 역사는 잠자는 듯하고

 

 

서성이는 동안 보이는 것은

파 다듬고 있는 노인 세분의 모습 뿐이었으니

생기 넘치던 그 삶들은 모두 어디 갔을까.

 

 

스무 하루 빈달이 허공에 외롭다.

 

 

자고 나니

높은 하늘에 흰구름이 한가롭고

 

 

혼자 익어버린 빨간 감에 가을이 가득하다. 

 

 

 

 

성묘를 마치고 

 

 

다시 찾은 고향바다.

참 많이도 변했다.

암초 사이를 요리조리 피해 드나들던 포구는

거대한 방파제로 정비되고

자갈 위에 올려 놓던 고깃배들은

포구 깊숙히 안전하게 정박해 있다.

 

 

저기 저곳은 큰 누나 살던 집이고

왼쪽 위의 파란 지붕 그쯤이 내가 살던 집자리고

그 아래 해변길 옆엔 사위 본 질녀가 외삼촌을 반기며

그 앞집엔 여든 넘은 일가 형수님이 사시고

나보다 한 살 많은 조카벌의 사내와는 

철없던 벌거숭이 시절부터 친구처럼 지낸지 오래다.

 

 

내가 여기서 놀고 있으면

사철나무 울타리 사이로 누나의 목소리가 들렸지

"야야~! 밥 먹고 놀아라~~"

 

 

아내는 모른다.

내가 얼마나 자주 떠올리는 이 바다인지를...

 

 

왼쪽 한 길 쯤 되는 저곳엔 따개비가 많았고

저쪽 큰 바위 밑엔 전복이 심심찮게 나왔지.

그리고 이 얕은 곳엔 고동이 발에 밟히도록 지천이었지...

 

 

머뭇거리던 아내는 나보다 더 열심이다.

훤히 들여다 보이는 그 곳엔

작은 고동들이 꿈틀대고 있었으니 신이 난 거다.

나는 추억을 줍고

아내는 현실을 줍는다.

 

 

두어 시간 헤매다 보니

해는 뉘엿뉘엿 산머리에 걸리고

 

 

양말 두짝에 가득한 고동과

조카들이 건네 준 조개와 문어를 

보물처럼 안고 돌아 가는 길에는

 

 

황홀한 노을이 붉게 타고 있었다.

 

고향...참 많이 변했다.

하지만,

지금 이 모습은 돌아서는 순간 간데 없고

가슴에 남은 고향은

빗소리 요란하던 양철지붕과

하얗게 부서지는 바다와

꽥꽥거리며 달리던 기차소리와

작은 돛단배가 있는 오십년 전 그 모습 뿐이다. 

내년에도 볼 것이고

그 사이에 또 얼마나 변할지 모르지만

그렇다 한들

이 가슴에 담긴 열살 그 무렵의 변함없는 고향을 어쩌랴.

이런 내 속을 그들이 안다면

고향 떠난자의 속편한 이기심이라고 눈 흘기겠지?

 

또 오마...^_^

 

-09.09.16 강바람-   

음악 : Sea Of Heart Break - Po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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