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자씨~~!
곱게 단장하고 시집 가시나요?
그래요. 좋은 곳으로 잘 가세요.
봄부터 마음 조린 농부의 마음 잊지 마시구요.
근데,
넌 어디 가려구?
혹시 이슬만 먹고 사는 건 아니겠지?
야야!, 참어~~
그건 이슬이 아니고 증류주야
자그마치 30도가 넘는다구.
해장술에 취하지 말고 참으라니까...
간 밤에 니 울음소리로 잠 설쳤는데
오늘 밤 또 얼마나 울어 대려고...
여름내내 여문 새끼들은
어미품 뒤로 하고 혼자 떠난다.
어디가 될지 모른 채
바람에 의지해 그렇게 떠난다.
가는 길이 편하지만은 않을거야
부디, 좋은 터에 뿌리 내려 무럭무럭 잘 자라거라.
누굴 기다리는지
귀 쫑긋 세우고 발자국 소리 기다리고 있다.
무심한 구름은 물 위에 흐르고
육신은 망가졌지만
할일 마친 그 마음엔 평온이 깃들었을 듯...
그래 너희도 어서 떠나거라
잘 살아야 한데이~~
이 녀석이 기다리는 건 무엇이고
이 녀석이 기다리는 건 또 무엇일지...
달개비의 고운 색도
알토란 같은 새끼와 바꿨다.
근데,
이 녀석 이름이 뭐래요?
이슬에 젖은 잠자리도
옹가지 속의 꽃도
씨뿌리고 가꾼 농부도
주인 발소리 기다리는 순대도 모두
오직 그들만의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밤 한 톨 툭 떨어져
사람도 먹이고 미물도 키우는 가을...
풍성한 가을은 그렇게
슬금슬금 지척에 와 있는데
나는 무엇을 기다리는지...
.
.
.
.
풍선덩굴의 씨앗이 참 귀엽습니다.
까만 바탕에 하트 모양의 하얀 얼굴이
절로 웃음짓게 하네요
이 가을
더욱 알차고 사랑스러운 나날이시기를...^_^
-09.09.17 강바람-
Nearer My God To Thee-Phil Coul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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