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소리/방문·만남

열매원 풍경 - 기다림

강 바람 2009. 9. 17. 14:01

오미자씨~~!

곱게 단장하고 시집 가시나요?

그래요. 좋은 곳으로 잘 가세요.

봄부터 마음 조린 농부의 마음 잊지 마시구요.

 

근데,

넌 어디 가려구?

혹시 이슬만 먹고 사는 건 아니겠지? 

 

야야!, 참어~~

그건 이슬이 아니고 증류주야

자그마치 30도가 넘는다구.

해장술에 취하지 말고 참으라니까...

간 밤에 니 울음소리로 잠 설쳤는데

오늘 밤 또 얼마나 울어 대려고...

 

여름내내 여문 새끼들은

어미품 뒤로 하고 혼자 떠난다.

어디가 될지 모른 채

바람에 의지해 그렇게 떠난다.

가는 길이 편하지만은 않을거야

부디, 좋은 터에 뿌리 내려 무럭무럭 잘 자라거라. 

 

누굴 기다리는지

귀 쫑긋 세우고 발자국 소리 기다리고 있다.

무심한 구름은 물 위에 흐르고 

 

육신은 망가졌지만

할일 마친 그 마음엔 평온이 깃들었을 듯... 

 

그래 너희도 어서 떠나거라

잘 살아야 한데이~~

 

이 녀석이 기다리는 건 무엇이고

 

이 녀석이 기다리는 건 또 무엇일지...

 

달개비의 고운 색도

알토란 같은 새끼와 바꿨다.

  

근데,

이 녀석 이름이 뭐래요?

 

이슬에 젖은 잠자리도

 

옹가지 속의 꽃도

 

 

씨뿌리고 가꾼 농부도

 

주인 발소리 기다리는 순대도 모두

 

오직 그들만의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밤 한 톨 툭 떨어져

사람도 먹이고 미물도 키우는 가을...

 

풍성한 가을은 그렇게

슬금슬금 지척에 와 있는데

나는 무엇을 기다리는지...

.

.

.

.

 

풍선덩굴의 씨앗이 참 귀엽습니다.

까만 바탕에 하트 모양의 하얀 얼굴이

절로 웃음짓게 하네요

이 가을

더욱 알차고 사랑스러운 나날이시기를...^_^

 

-09.09.17 강바람-

Nearer My God To Thee-Phil Coul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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