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소리/방문·만남

무무 차마실

강 바람 2009. 9. 19. 11:47

 

며칠 전 성묘 다녀 오다가

경주 북토리의 드리머님댁을 방문했습니다.

낯익은 길 모퉁이에 

낯선 입간판이 이정표처럼 서 있는데

'무무 차마실'이랍니다.

'무무? 그라몬 드리머가? 그런데 웬 찻실??...'

 

들어서니 예의 깡마른 사내가 일하던 손으로 반겨줍니다.

붕어? 붕어빵틀?

암튼, 찻실 이름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으니

'글씨는 몬 써예~..."하며 웃습니다.

그냥 따라 웃었습니다.

드리머가 몬 하는 것도 있나 싶어서요.

'니가 다모 할끼가?' 물었더니

'아입니더...무인 차실로...' 한답니다.

 

오랜만에 보는 발재봉틀...

아주 어릴때

헌 종이 올려놓고 틀 밟기를 놀이처럼 즐겼고

그렇게 배운 틀질로

아이들 옷 만들어 힙히던 서른 무렵의 제 모습도 스치고...

 

 

용도를 잃은 과거의 산물은

조각조각 흩어진 제 기억들을 이어 주고 있었습니다.

 

새로 만든 다기장엔

조물조물 햇살이 졸고 

 

나무에 스며든 주황빛 햇살이

잔계산에 뻑뻑한 머리를 쓰다듬는데

 

기교없는 시골풍경 그림 한점은

집의 일부인양

소박한 공간에 잘 어울렸습니다.

 

 

 

 

발 닿는 곳만 비켜서

마당 가득히 채송화가 잔잔하게 깔렸습니다.

양탄자에 수놓듯

낮은 키로 그렇게...그렇게...빼곡합니다.

 

서쪽 창으로

가을 햇살이 깊숙히 들어와 있었습니다.

저 창가에 앉아 햇살만 받는 게 아니라

멀리 언덕 위의 사람 그림자를 보려는 건지도 모르지요.

그거 준비한다고 한동안 잠수 탔다는데

한적한 외딴 마을에

뭔 맘으로 차실을 만들었는지 알듯했네요.

사람이 그리웠는지도...

그래서 핑계거리가 필요 했을지도...

 

드리머님, 잘 꾸며 놓으이소~~

벼 벤 빈 들판에 두루미 서성이면

그때 쯤 차마실 함 가렵니다.

내 가거든

리듬&부르스나 한곡 때려 주이소...^_^

 

-09.09.19 강바람-

하늘에서 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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