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성묘 다녀 오다가
경주 북토리의 드리머님댁을 방문했습니다.
낯익은 길 모퉁이에
낯선 입간판이 이정표처럼 서 있는데
'무무 차마실'이랍니다.
'무무? 그라몬 드리머가? 그런데 웬 찻실??...'
들어서니 예의 깡마른 사내가 일하던 손으로 반겨줍니다.
붕어? 붕어빵틀?
암튼, 찻실 이름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으니
'글씨는 몬 써예~..."하며 웃습니다.
그냥 따라 웃었습니다.
드리머가 몬 하는 것도 있나 싶어서요.
'니가 다모 할끼가?' 물었더니
'아입니더...무인 차실로...' 한답니다.
오랜만에 보는 발재봉틀...
아주 어릴때
헌 종이 올려놓고 틀 밟기를 놀이처럼 즐겼고
그렇게 배운 틀질로
아이들 옷 만들어 힙히던 서른 무렵의 제 모습도 스치고...
용도를 잃은 과거의 산물은
조각조각 흩어진 제 기억들을 이어 주고 있었습니다.
새로 만든 다기장엔
조물조물 햇살이 졸고
나무에 스며든 주황빛 햇살이
잔계산에 뻑뻑한 머리를 쓰다듬는데
기교없는 시골풍경 그림 한점은
집의 일부인양
소박한 공간에 잘 어울렸습니다.
발 닿는 곳만 비켜서
마당 가득히 채송화가 잔잔하게 깔렸습니다.
양탄자에 수놓듯
낮은 키로 그렇게...그렇게...빼곡합니다.
서쪽 창으로
가을 햇살이 깊숙히 들어와 있었습니다.
저 창가에 앉아 햇살만 받는 게 아니라
멀리 언덕 위의 사람 그림자를 보려는 건지도 모르지요.
그거 준비한다고 한동안 잠수 탔다는데
한적한 외딴 마을에
뭔 맘으로 차실을 만들었는지 알듯했네요.
사람이 그리웠는지도...
그래서 핑계거리가 필요 했을지도...
드리머님, 잘 꾸며 놓으이소~~
벼 벤 빈 들판에 두루미 서성이면
그때 쯤 차마실 함 가렵니다.
내 가거든
리듬&부르스나 한곡 때려 주이소...^_^
-09.09.19 강바람-
하늘에서 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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