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소리/방문·만남

차마실 앞 민들레

강 바람 2009. 11. 13. 21:08

누군가가 또 부른다.

부르는 소리는 나즈막한데

들리는 소리는 결코 낮지 않다.

더욱이

풀벌레 소리 유난한 가을임에랴...   

교통체증을 피해 들어간 언양휴게소

가을에 만나는 봄꽃이 안쓰럽다면서도

행여나 싶어 두리번거리는 건 무슨 심사인지...

   

풍성하던 들판엔 

볏짚만 덩그렇게 쌓였다.

그나마도 누군가를 살찌울 먹이가 되고

그래도 남는 것은 땅에 되돌리고 흔적없이 가버리는 가을...  

나는 지금 알곡일까 볏짚일까.

아니면 아직 여물지도 못한 풋내기일까.

그도저도 아니면 쭉정이일까?.

그런들 이제와 어쩌겠는가, 이미 가을인 것을.

저 멀리 누렇게 뜬 억새처럼

아릿한 가을풍경의 한 부분이라도 될 수 있기를... 

 

 

 

마당에 들어섰더니

드럼과 색소폰이 어울려 하모니를 이루고

작은 다화 한 송이가

여유로운 들판과 아름다운 화음에 졸고 있었다.

에고~ 뭔 넘의 머스마가 요래 살가분지...

 

 

이별 준비에 바쁜 민들레 한 송이가
부추밭 가운데 서서 차마실을 기웃거린다.

보내지 못한 어미는

살랑살랑 가녀린 몸 흔들어 보지만

매달린 새끼는

그런 어미의 조바심을 아는지 모르는지

미적거리며 어미품을 떠나지 못한단.

후~ 불어주고 싶지만

어미맘 알 것도 같아서 참았다.

내게도 아직

그런 새끼가 하나 있으니...  

 

 

하나 둘...

손님들이 오시고

그렇게 저렇게 재미난 시간을 보냈다.

자투리 나무 하나 주고

큰 선물을 너무 많이 받아 왔으니

되로 주고 말로 받은 셈이다.

빚진 이 마음은 어떻게 갚아야할지...

 

-09.11.12 강바람-

음악 : The water is wa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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