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다~이 길을 나섰습니다.
고사리 손들과 나무 껍질 벗기면 재밌을 것 같아서
무턱대고 영지초등학교로 갔지요.
만개한 벚꽃이 눈처럼 흩날리는 길을 헤치며 가보니
학교엔 아무도 없고
빈 교정에 껍질 벗은 나무만 서로 기대어 섰습니다.
녀석들 쫄랑거리는 모습 좀 보고싶었는데
고마 제가 한 발 늦었지 뭡니까.
그렇다고 그냥 물러설 수 있겠습니까?
카메라 뽑았으면 풀이라도 한 장 찍고 와야지요.
비껴선 나무에 햇살이 반짝입니다.
천막만 두르면 인디언 집 되겠네요.
조금은 아쉬운 마음으로 발길을 돌려 북토리로 향했지요.
여기가 어딘지 아시겠지요?
저 뒤의 빨간 지붕 어디선 본 듯 하지 않습니까?
맞습니다.
북토리의 멋대가리 없는 머스마네 집이지요.
논둑에 제비꽃이 흐드러졌기에 한 컷 했습니다.
엎드려 바람 자기를 기다리느라 숨도 제대로 못 쉬며 찍었고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나무 껍질이이나 얼라들 모습은 핑계고
모처럼 화창하게 갠 봄날에 저 홀로 겨워
엉덩이 덜썩이다가 구실을 얻어 나섰는데
운 좋게도 여러 님들까지 만났으니
무다~이 나섰다가 횡재한 셈이지요.
안토니오님, 막걸리와 족발 잘 먹었습니다.
수니님, 호박떡 참 맛있었고요.
그리고, 우연히 들르신 자두님도 반가웠습니다.
막걸리 한 잔 마신 걸 핑계로
뜨뜻한 아랫목에서 굳은 몸 나긋나긋하게 지지며 하룻밤을 보내는데
밤새도록 소 울음 때문에 뜬 눈으로 지샜습니다.
음매~~, 음매~~.....
참 끈질기게도 울어 대더군요.
아침에 일어나 소가 왜 그렇게 우냐고 물었더니
소 젖 떼려고 따로 두면 그렇게 섦게 운답니다.
그런 줄도 모르고 투덜거린 게 얼마나 미안하던지요.
말 못하는 미물도 저러한데...
급한 일이 생겨 일찍 나서려다가
아침 먹고 가라시는 모친의 권유를 뿌리치지 못하고
엊 저녁에 이어 두끼 씩이나 따신 밥으로 배불렸습니다.
반찬이 없노라시는 말씀과 달리
어떤 진수성찬보다 달게 먹은 뒤
들국화님께서 주신 정구지(부추) 한 아름과
무무님이 주신 대추나무 한 덩이 안고 돌아왔습니다.
참 고맙고 따뜻한 하루였습니다.
바람을 꼬드기는 것이
화창한 봄날이기보다는 그 따뜻함인지도 모르겠습니다...^_^
-10.04.18 강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