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소리/나무이야기

식탁

강 바람 2010. 8. 25. 12:32

 

"의자 좀 어떻게 해 주이소"

"알따, 간단한데 뭘..."

십 오년 썼더니 닳고 닳아서 방석 얹어 놓고 썼는데

이젠 그 방석마저 흉하게 변해 바꿨으면 하는 눈치다.

예전 같으면 바꾸는 것 외엔 별 묘안이 떠오르지 않았겠지만

내가 누군가?

목공예 눈팅경력이 자그마치 육년인데 까이꺼 뭐...그랬는데,

자르고 사포질하고 피스 박는 건 쉽게 했는데

니스 벗겨 내는 게 더 어려워 혼났다.

암튼, 우여곡적 끝에 나름으로는 말끔하게 리폼했는데

연신 쓰다듬으며 좋아라 하던 아내가

식탁 한 번 보고 나를 힐끗 쳐다본다.

"뭐?! 식탁??"

"이왕 하는 김에...ㅎㅎ"

"멀쩡한데 뭘 또?"

"그래도 좀 지겨워서...ㅎㅎ"

 

 

  

 

그래서 시작했다.

집성목으로 하면 편하겠는데 없다.

한 두장은 배달해 주지 않으니 사와야 하는데 트럭이 없다.

해서, 38 x 90mm 구조목과 140 x 19mm 판재로 시작했다.

폭 750mm 길이 1230mm 전체높이 740mm

폭과 길이는 승용차 뒷좌석 공간을 참조했고

높이는 식사 중에 허리 굽히는 걸 최소화하려고 기존의 것보다 조금 높였다.

 

홈을 파고 알판을 끼우는데 속터져 죽는 줄 알았다.

남들 하는 것보면 쉬운 것 같은데

1미리의 틈에 진땀 뺄 줄은 미쳐 몰랐다.

짜맞춤은 감히 엄두도 못 내고

10mm 목핀 두개씩 넣고 본드 발라 클립으로 조였다.

알판 중에 좀 긴 놈이 있었는지 0.5mm가 사람 잡는다.  

미리 맞춰보고 본드 칠하는긴데...에고~~

낙엽송 각목 두개 다듬어서 다리 만들어 놓고

본드 마르길 기다렸다가

다음날 공구와 함께 싣고 와 조립했다.

 

 

 

앉아 보니 생각보다 더 높다.

의자 방석 없애고 19미리 판재로 대신 했는데 그걸 계산치 못 한 거다.

덕분에 허리를 더 펴야 한다.

아내는 나 보다 더 불편하겠지만 그래도 좋단다.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얼렁, 대충, 요령, 눈가림으로 마무리 했다.

쌍둥이 녀석들은 서서 먹어야 할 것 같아 그게 걸린다.

 

-10.08.25 강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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