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 하나 만들었습니다.
벌써부터 돌돌이에게 선물을 하고 싶었고
이왕이면 쓸모 있는 걸로 해 주고 싶었는데
마침, 길곡님이 식계부품을 내주며 만들어 보랍니다.
곰삭은 느티나무에 외손자 얼굴을 새겨 넣었지만
시계바늘 꽂을 곳이 마땅찮아서 고민 좀 했습니다.
그림과 시계를 따로 하려니 시선이 분산되어 그렇고,
얼굴 어딘가에 꽂긴 해야하는데 참 마땅치 않더군요.
각도기가 없으니 30도로 나누는 것도 대충이고
침침한 눈을 핑계로 새김은 길곡님 신세를 쪘습니다.
저녁 먹는 것도 잊고 열심히 하고 있으니
"손자가 그래 좋은교?"라며 길곡님이 웃습니다.
아직 할배가 아니다보니 그 즐거움을 모르시는 게 당연하겠지요.
오일을 먹였더니
색깔이 짙어져 검은 선이 잘 보이질 않고
시계바늘 역시 검다 보니 전체가 너무 어둡다 싶네요.
다음 큰녀석 것은 밝은색 나무를 써야 할까봅니다.
시계 속의 녀석은
쌍둥이 중에 작은 녀석이랍니다.
동생이라고해봐야 겨우 1분 차이니
한 몸이나 마찬가지만 성격은 판이하답니다.
큰 녀석은 덩지도 크고 진중한데
작은 녀석은 작지만 끓는 피를 주체 못하는 당찬 녀석이고요.
이 녀석들과의 만남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30개월이 되어 벌써 세 살이나 됐습니다..
꾀도 늘고 눈치도 늘고
말도 많아졌고 말썽도 늘었고 호기심 또한 많습니다.
오늘 녀석들과 통화를 했는데
재잘조잘 뭔가 열심히 설명하지만 제대로 알아 먹은 말은
"하비"와 "끄느께요" 뿐이었습니다.
엊그제의 핏덩이들과 통화 한다는 게 참 신기하고 또 즐거웠네요,
세월 더 흐른 뒤를 미리 그려봅니다.
녀석들이 소년이 되고 청년이 되어
뒷면에 써놓은 '차타고하라버지'를 아련한 기억으로 들여다 볼 그날을요.
진정한 마음으로 누군가에게 줄 선물을 만드는 기쁨...
그 귀한 기쁨을 내게 준 녀석들이 참 고맙습니다.
사.랑.해....^^
-10.09.07 강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