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일 먼지 뒤집어 쓰고 있다가
저녁 챙겨 먹고 커피 한 잔 들고 있는데
전화기에서 메시지 들어오는 소리가 울린다.
'밥은 묵었수?'
아내의 안부 문자다.
커피 마시고 있다고 답을 보냈더니
다시 온 문자는 '마누라 생일도 모르지~'였다.
햐~ 클 났네...며칠 전까진 알고 있었는데....
얼른 통화를 눌러
변명아닌 변명을 늘어 놓으며 미안타고 했더니
쩔쩔매는 영감이 신기했던지
아니면 서운함을 감추려는 건지
마누라 생일 잊은 게 어디 한 두번이냐면서 웃는다.
웃는 게 웃는 것만은 아니었겠지만...
서랍 달린 선반을 만들었다.
3년 전에 딸내미에게 준 것과 같은 건데
모양은 그대로 두고 맛만 조금 다르게 했다.
이런 것 만들기에는 집성목이 편한데
수입 소나무 판재 뿐이라서 그걸 그냥 썼더니
뭔가 좀 부족한 느낌이어서 낙동을 시도했다.
전체적으로 하기도 그렇고 해서 부분 낙동을 하는데
쇠부러쉬와 프리샤로 처리 했더니 두리뭉실하다.
격벽은 집성목을 사용하고
칠을 먼저 하고 마른 뒤에 본체를 조립했다.
서랍 앞판은 토치로 전체낙동을 했더니 오히려 질감과 색감이 살아 난다.
하이고 이럴 줄 알았더라면 저 부분 낙동도 토치를 쓸 걸...
본체 조립한 뒤라 다시 할 수도 없고...고마 그냥 넘어 가자.
서랍 앞판은 안쪽을 따내서 서랍과 연결하고
남은 바깥부분으로 칸사이에 걸치도록 했다.
쪽 동백 나무로 걸이 봉을 만들고
햄머드릴, 칼브레이크, 피스를 싣고 서둘러 돌아 왔다.
낮은 해가 거실 깊숙히 들어 오는 아침
공구 늘어 놓고 설치 위치를 정하고
손잡이 고리 걸며 부산을 떤다.
벽 뚫는게 장난 아니다.
힘도 들지만 햄머드릴 돌아가는 소리가 귀청을 긁어 낸다
아내는 귀를 막고 외면하고 서있다.
이웃 눈치보랴, 힘 보충하랴
두 곳 뚫는데 삼십분은 족히 걸린듯하다.
멀찍이 떨어져서 살펴보는 아내 입가에 미소가 어린다.
젊었을때와 달리 밝은 색이 좋다기에 이렇게 칠했는데
마음에 든다니 다행이다.
나무 잘라 놓고 하루
칠해 놓고 하루
부분 조립해 놓고 또 하루....밥값도 못 하겠다. ㅎ
암튼, 우여곡절 끝에 걸어 놓고 보니 그런데로 봐줄만 하다.
소재 : 수입 소나무 판재 (넓이 140mm, 240mm)
전체 : 길이 1,070mm / 폭 240mm / 높이 400mm / 두께 19mm
선반 : 폭 210mm / 높이 150mm
서랍 : 길이 200 / 높이 110mm / 깊이 210mm 5개
마감 : 스테인
며칠 동안
사이즈로 고민하고
모양으로 고민하고
칠로 고민한 결과지만 정답이 있겠는가
그저, 환한 얼굴로 반겨 주면 그것으로 족한 것을...
생일선물이라고 생색은 냈지만
이게 그녀 혼자 쓰는 것도 아니니 선물이랄 수도 없는데
고맙다니 오히려 미안타.
감자가루를 반죽하더니 송편을 쪄 낸다.
갓 찐 감자송편이 쫄깃쫄깃하다.
고향 생각이 절로 난다.
-10.10.31 강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