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만에 길곡님 농장에 왔더니
곱던 잎들은 다 떨어지고 하늘만 파랗습니다.
사진으로 보니 무척 차갑게 느껴지는데
아마, 지금 앉은 자리가 추워서 그렇게 보이나 봅니다.
아니면, 가지 끝에 매달린 마른 잎 때문인지도 모르고요.
오늘은 제가 좀 싱거운 소릴 지껄여 보렵니다.
왜냐하면...춥고 심심해서요.
편지를 한 장 받았습니다.
발신지를 보니 옥황상제라네요.
내용은 간단했습니다.
배를 한 척 만들어 보내랍니다.
무엇에 쓰시는지, 얼마나 크게 만들어야 할지 알아야 만들게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외람되게 여쭸더니
5인승에 엔진은 필요 없다 하십니다.
재질은 뭘로 할깝쇼 하고 다시 여쭸더니
'이넘아! 나무로 만드니 너에게 부탁하지 쇠로 만들것 같으면 널 불렀겠느냐' 하시데요.
'아이고 영광입니다. 하명대로 만들어 올리겠습니다.'
그래서 만든게 이거랍니다.
소나무 피죽에 붙어 있는 관솔 부분을 떼내서 불로 지지고 골을 팠습니다.
그냥 하려니 밋밋해서요.
발주처가 워낙 높은데 계신 분이라서 소홀히 할 수 없었거던요.
싱거운 소리 고마하고...
사실은 오작교를 한 번 만들어 보고 싶어서 시작했지요.
제작년인가? 견우직녀랍시고 만들어 봤는데 성에 차지 않아서
언젠가 다시 만들어 봐야겠다고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마땅한 소재가 없어 잊고 있었더니
우연찮게 이 똥가리를 만났지 뭡니까.
그냥 이것만 가지고는 세우기도 어렵고 해서 생각한 것이 이런 모양이 됐네요.
각목으로 틀을 만들고 캔버스를 쒸워서 배경을 그려 넣었습니다.
일테면 은하수인 셈인데 시원찮지만 그러려니 여기고 봐 주시고요.
새끼 세 마리를 앉혔습니다.
견우직녀가 만난지 수천년은 됐을긴데
아무리 일년에 한 번 만난다지만 세월이 얼맙니까?
아이도 서넛을 낳았지 싶고
또, 까마귀와 까치가 무슨 죄랍니까?
그들이 오작교를 만들어 버티고 있으려면 오죽 힘들겠냐고요.
힘들어 못하겠다고 시위라도 했을 수 있지 않겠는교?
그리고
요즘 세상이 얼마나 바뀌었는데
부부가 일년에 한 번 만난다는 게 말이나 되냐는 거지요.
아무리 손녀와 손녀사위가 밉다고 하지만 자식들은 무슨 죄랍니까?
자식 교육을 위해서라도 떨어져 살게 할 수만은 없었나봅니다.
그런 이유로 제게 배를 만들라고 했는지도 모르겠고요.
밤엔 작업하지 않는데
옥황상제의 독촉이 워낙 심해서 밤늦도록 작업했습니다.
전등불 밑에서 하려니 눈은 더 침침해지고 날씨는 춥고
마무리 욕심으로 미련한 짓을 했지요.
오늘은 액자를 만들었습니다.
액자라기보다는 캔버스가 지저분해서
그걸 감추려고 각목을 재단해서 붙였습니다.
제가 작업한 것은 전부 사진빨인데
조명이 시원찮아서 밝은 햇살에 내놓고 찍었습니다.
은하수 때문에 건너지 못하고
까마귀와 까치의 등을 밟고 건너는 견우와 직녀가 가련하잖습니까?
밟히는 까마귀와 까치는 더 힘들겠지요.
이제 그런 그들의 수고도 들어 주고
은하수를 유유히 건너 언제라도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철없는 강바람의 택도 아닌 이야기 였습니다.
님들
오늘밤에 제가 번개를 때리겠습니다.
장소는 은하수고
제가 만든 이 배로 모시겠습니다.
옥황상제께 납품하러 가는 길이니 모셔 갈 수 있거든요.
대신,
돌아올때는 각자 알아서 오셔야합니다.
배 인수인계하고 나면 저도 돌아올 방법이 없거든요.
싱거운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오늘도 따뜻하고 편안한 밤 되이소~
은하수 번개 잊지 마시고요...^^
규격 : 350 x 250 mm
소재 : 소나무 관솔 똥가리, 쪽동백
배경 : 캔버스에 수채화물감 및 아크릴물감
-10.11.26 강바람-
배경음악 : 하늘에서 온 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