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소리/나무이야기

동행(두번째)

강 바람 2011. 4. 5. 13:49

Willows on the water 

며칠...아니 몇 주 걸려서 겨우 마무리 한 잡풉입니다.

안그래도 솜씨가 엉망인데

관솔 성질이 너무 곧아서 그런지

서툰 칼질에 갈라지고 떨어져 애먹었습니다.

눈에 핏발이 서도록 꼬나보며 했지만

작품으로 논하기엔 역시 부족하고

다만, 스스로 마무리 했다는 것으로 위안 삼으렵니다.

 

규격 : 500 x 210mm

그림은 퍼왔고

글을 지난번 썼던 것을 조금 왜곡시켜 재사용 했습니다.   

 

 

무심한 듯 앞서가는 허리 굽은 노승과 

고개 숙이고 뒤따르는 시자의 그림이지만 

꼿꼿하게 세운 얼굴에 멀리 내다보는 눈,  

그러면서도 뒷짐 진 느긋한 노승의 여유를 보며 

참 많이도 모자라는 자신을 봅니다.

지금 저 두 사람은 무슨 말을 할까요? 

말하지 않아도 스승의 뜻을 알까요? 

말하지 않아도 시자의 마음을 알까요?

 

 

늦은 밤 

침침한 눈으로 티비를 지키며 

힐끗힐끗 벽시계를 쳐다보다가 

현관문 들어서는 녀석에게

겨우 한 마디 건넨 말이 “밥 먹었냐?"고 

왼쪽 눈 감고 있는 아비 몰골을 보며  

오늘도 병원에 안 갔느냐는 핀잔 한 마디가 

녀석과 나눈 오늘 하루치 대화의 시작이고 끝이었지만

나의 기다림을 녀석은 알 테고

녀석의 핀잔이 핀잔 아님을 저도 압니다.

 

 

참 무뚝뚝한 부자간이지만

예전엔 그래도 지금 같지는 않았습니다.

서툴긴 해도  

녀석들 관심사를 들먹이며 소통의 빌미를 삼고 

가끔은 유행어를 섞어 과장되게 웃기도 하며  

녀석들의 속내를 가늠해보고 

아비의 속을 은근 내비치기도 했는데 

녀석들의 어깨가 넓어지니 예전 같지 않네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아비 속 알리라 여기고 

굳이 말하지 않아도 자식 속 안다고 믿지만 

그건 그렇게 믿고 싶을 뿐.

녀석이 아비의 속 다 알 리 없고 

나 또한 녀석의 속 다 알 리 없지요. 

예전에는 사랑이고 관심이던 말들이 

지금은 자칫, 간섭과 잔소리될까 저어되어  

밖으로 내뱉기보다 속에 사려두는 일이 많아 졌습니다. 

하루 있었던 일 재잘재잘 건네주면 좋겠는데 글쎄요...

절 닮아 그렇게 무뚝뚝한 걸 누굴 탓하겠습니까.

퍼떡 장가가서

새끼 놓고 키우다보면 좀 달라지리라 기대하지만

그건 그때 일이고

우선은 저들처럼 여행이 필요한지도 모르겠습니다.

무슨 핑계를 대서라도

녀석과 2박3일 쯤 동행하고 싶은데 글쎄요...

 

목련을 훑고 지난 바람이

다시 벚꽃을 맴돌아 나가는 나른한 오훕니다....^^

 

-11.04.05 강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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