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소리/나무이야기
회화나무 똥가리를 털었습니다.
푸석푸석 삭은 살점과 골 깊은 주름에
덕지덕지 앉은 세월이 무심하네요.
진즉에 챙겨 둔 소나무 가지들을 꺼내서
이것저것 세워본 뒤에
이 가지가 제일 어울리는듯해서 짝지어 놓고
우야꼬...우야꼬...고심하다가
새로운 것에는 도통 생각이 미치지 못하니
예전에 만들었던 비오리를 재생하기로 하고
이렇게 만들었습니다.
한동안 접었던 솟대를 이즘에 자꾸 손대는 것도
어쩌면 옛날을 돌아 보는 그 이유에서인지도 모르겠지만
암튼, 또 솟대를 만들었네요.
천적으로부터 피해야할
어미의 조급한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소를 망설이는 막내는 까마득한 둥지에서 몸을 사리고
곁에서 지켜보는 아비도
밑에서 쳐다보는 어미의 시선도 애타게 보이지만
세상을 향한 첫걸음이 어찌 겁나지 않겠습니까.
부디 굳건하게 성장해서
좋은 세상에서 오래오래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소재 : 회화나무 받침, 소나무 가지, 쪽동백
규격 : 높이 26cm 넓이 21cm
어버이 날이니 제 가슴에도 꽃 한 송이 달리겠지만
제가 달아 드려야할 그분들은 멀고 먼 곳에 계시니
내일도 역시
먹먹한 가슴 한켠에 꽂힌
어색한 빨간 카네이션은
아들녀석 집 나서는 즉시 슬그머니 빼놓지 싶습니다.
전화라도 있으면 한 통화 드리고 싶은데...
행복한 어버이날 되이소...^^
-11.05.07 강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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