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소리/작은이야기

새 한 마리 잡았습니다.

강 바람 2010. 11. 18. 22:04

 그대 얼굴 가을달이여  

 

오래된 나무를 뒤적이다가

이뿐 새 한 마리를 잡았습니다.

박제를 해서 장식품으로 만들었습니다. 라고 말하면

 

 

몽둥이들고 쫓아 오실 분들 많으시겠지요?

사실은 썩어가는 관솔을 털었는데 그 속에서 이 녀석이 나온 겁니다.

훅 불면 날아 갈만큼 삭았는데

살살 달래며 먼지를 털고 이렇게 자리 만들어 올렸습니다.

 

 

새 머리가 없어서 하나 만들어 붙이려다가 

마땅한 재료가 없어서 그냥 뒀습니다.

좀 모자라긴 하지만

세월이라는 훌륭한 조각가가 만든 걸작품에

어줍잖은 강바람 손재주로 뭘 만들어 붙일 자신이 없습니다.

나중에 정말 새 머리 같은 자연목이 생기면 그때 붙여볼까 합니다.

 

 

고로쇠 나무가 잎을 다 떨구고 씨앗만 남겼군요.

이 녀석들이 어디로 어떻게 날아 갈지는 모르겠지만

부디 좋은 땅에 뿌리 내렸으면 좋겠습니다.

 

 

맑고 높은 하늘에

털어버리고 선 나무가 허허롭긴 하지만

의연한 그 기상을 배우고 싶습니다.

이 가을도 아름답게 기억되기를 소망합니다...^^

 

-10.11.18 강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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