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소리/작은이야기

보이스피싱 체험기

강 바람 2010. 11. 15. 20:17

 

하늘도 맑고 가을색도 곱고...

그래서 산에 갔다 내려오는데 

"♬♩♪♭~~~"

"여보세요?"

"ㄱ 은행입니다. 약 5분전에 귀하의 카드에서 현금 168만원 인출되었습니다.

다시 들으시려면 1번 확인은 0번입니다."

녹음된 여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이게 뭔 소리여?

내는 산에 와 있는데 무신 현금써비스??

0번을 눌렀다.(1번이었던가 0번이었던가 헷갈린다)

"ㄱ 은행입니다."

이번엔 걸걸한 남자가 직접 받는다.

"금방 현금써비스 어쩌구하며 안내전화가 왔기에 확인 좀 할라고요."

"성함이 어떻게 되시는지요?"

"네, ㅇㅇㅇ입니다."

"아~ 네...약 5분전에 168만원이 인출되었습니다."

뭔가 좀 이상하다.

"카드는 무슨 카듭니다?"

"K..카드네요"

"어디서 인출했습니까?"

"서울 L백화점이네요?

"카드 발행일자는 언제로 돼있습니까?

"가만.....약 한달 넘었습니다. 사용하신 적이 없으십니까?"

"지금 산에 있고 카드를 낸 적이 없는데??, 본인 외에는 카드 발행이 안되지요?"

"본인 아니면 발급이 안됩니다. 혹 주민등록 잃어 버리셨거나 빌려주신 적은 없으신지요?"

-이런 썩을...주민등록 빌려주는 사람 어딨냐??-

"그런 적 없습니다."

"그러시다면 누군가가 도용한 것 같습니다.

경찰에 신고해 두겠습니다. 잠시후에 경찰에서 연락 전화가 올겁니다."

 

그래도 혹시나 싶어 집에 전화를 했다. 아내가 펄쩍 뛴다.

통화중인데 뚜뚜 전화 걸려 오는 신호음이 들린다.

아내와 통화를 끝내고 통화기록을 보니 낯선 전화가 찍혀있다.

뒤의 네자리 숫자가 0112다.

경찰서냐고 물으니 무슨 일이냐고 되 묻는다

사유를 말하니 보이피싱 사기전화란다.

경찰서 전화번호까지 도용해서 사기를 치니 절대 받지 말고 끊으라고 신신당부를 한다.

알겠다면 전화를 끊고 있으니 일분도 못돼서 전화가 온다.

 

보이피싱 이야길 듣기는 많이 들었지만 직접 겪어보질 못했으니 체험 좀 하자싶었다.

우선 발신번호를 보니 경찰서 전화와 같다. 눈 감으면 코 베어갈 세상이다.

"여보세요?

"ㅇㅇㅇ씨가 맞습니까?"

요즘 공무원들 무지 싹싹하다던데 영 아니다.

맞다고 했더니 

누군가가 이름을 도용하고 카드 발급 받은 후 현금써비스로 인출 한 것 같다며

그 은행이 주 거래 은행이냐고 묻는다.

그렇다고 했더니 무슨 거래를 주로 하는지 알아야 한단다.

-이 자슥, 지금쯤 주민번호 물어볼 타임인데 웬 거래 내역을???-

 

에고~ 더 지껄여 봐야 입만 아플 터라

"이보시오, 사건이 생겼으면 그 사건에 대한 거나 알면 되지

그 은행과 어떤 거래를 얼마나 하고 있는지가 왜 필요한겁니까?"

"수사에 필요한 사항입니다."

"은행에서 신고하지 않았습니까?"

"맞습니다."

"그럼, 은행에 물어 보는 게 더 빠를 텐데요."

"그래도 본인에게 확인하는 게 절차라서요."

"은행에 문의해 보세요." 했더니

" #&%($*())....C~8~~~" 하더니 끊어 버린다.

 

뉴스를 접할 때마다 피식 웃었는데

막상 내게 닥치니 끌려가게 된다는 걸 체험했다.

빨리 신고해야 한다며 다그치니

급한 마음에 전화번호 확인은 뒷전이고

02-736-0112 전화도 경찰서와 같은 번호고

그 번호로 전화하니 진짜 경찰이 받고

내게 걸려온 같은 번호는 사기꾼 전화고...도대체 누굴 어떻게 믿어야 할지.

은행에서 오는 안내는 문자로 오는데

녹음된 여자 목소리라는 게 이상했다는 걸 한참 후에야 깨달았다.

 

넘어가지 않고 용케 벗어난 스스로를 대견타 여기며

온통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 가로수 사이를 달려 돌아왔다.

덴당...사기꾼들 극성은 하늘을 찌르는데 귀신은 다 뭐하고 있는지...

 

-10.11.15 강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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