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의 지저귐에 깨어 방문을 연다.
이 집에서 유일하게 햇살 드는 창.
부엌 바닥에 꽂혔다가 튕겨난 햇살이
어둑한 토방안으로 날아 든다.
또 늦잠이다.
게으른 몸짓으로 불 밝혀놓고 아침 준비를 한다.
집 나가면 개고생이라지만
그 개고생을 못해서 안달이니 병인가보다.
밥 안쳐 놓고 할머니의 텃밭으로 간다.
맑은 햇살이 감나무 가지를 비집고 든다.
가던 걸음 멈추고 양지녘에 섰다.
여름내내 땀 식혀주던 그늘이건만
어느새 나는 햇볕을 찾아 든다.
몸에 닿는 공기가 찹찹해서 두 팔을 감싸 안는다.
이렇게 가는 것을...
이렇게 식어 가는 것을...
무던히도 달구더니 이렇게 식어 가는 것을...
기 죽은 볕에 서서 가을 냄새를 맡는다.
아침나절에
팔 벌려 가둔 햇볕 한 줌을
혹여 잃을세라 꼭꼭 여미고 사는 나팔꽃처럼 나도 그러고 산다.
잃을 것도 없는 나도, 나도, 나도 그러고 산다.
이슬이라 그랬지.
이슬처럼 덧없다 했지.
곧 스러질 테지만
제 몸 흩뿌려 목마른 초목 적셔 주니 덧없기만 할까.
가끔, 버리고 흘리며 살아도 될 것을...
가만, 이녀석 이름이 뭐던가?
듣긴 들었는데 또 까먹네...
요녀석 이름도 모르겠다.
암튼
기억하는 것보다 잊은 게 더 많고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게 더 많고
있는 것보다 없는 게 더 많고
할 수 있는 것보다 못하는 게 더 많지만
그래도 여태 탈없이 살았으니
그래, 인생 뭐 있느냐고 억지 부려본다.
이쁜 풍경이라 한참 들여다 본다.
다르기에 그 어울림이 더욱 아름다운 그림...
생뚱맞은 녀석이 다가와도
너 누구냐, 어디서 왔느냐고 묻는 법 없이
그냥 그렇게 그렇게
세상 한 귀퉁이를 메우고 비우며 사는 이들처럼
나도 그랬으면 좋겠는데,
정말 그렇게 살 수 있으면 좋겠는데
그거야 말로 분수 모르는 지나친 욕심인가 싶으니, 에구...
상추 몇 잎
고추 몇 개 들고 오니
때마침
밥솥에서 김새는 소리가 요란하다.
된장이라도 끓일까 말까 궁리하다가
숭늉을 국 삼아 한 그릇 비우고 나니 배 부르다.
커피 한 잔 들고 궁리한다.
'오늘은 무엇으로 밥값을 할꼬...'
10.10.01 시월 첫날 아침에 강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