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발목을 접질리는 바람에
창원에도 못가고 볕드는 창가에 나무토막 하나 놓고 앉았다.
창원에서야
기계든 망치든 눈치 보지 않고 돌리고 두들기지만
집에 오면 아래층에 신경 쓰이고 옆집에 눈치 보여서
작은 칼로 다듬을 수 있는 자잘한 것밖에 할 수 없다.
몰두하다 보니
눈 아프고 목 뻐근해서 눈 쉼을 하는데
동백꽃 하나 화분에 떨어져 있다.
지난겨울이 워낙 추워서였든지
금년 꽃은 예년에 비해 오래 머물렀다.
워낙 많이 피어서 은근히 걱정이던 차에
비록 생살 뜯긴듯해서 거시기 하지만
나무를 생각하면 다행한 일이라고 자위한다.
꽃은 꽃대로 안쓰럽고 나무는 그것대로 그렇고...
매년 이맘때면 되풀이 되는 이런 이중성은
어쩌면 나도 아비이기에 그런지도 모르겠다.
겨우내 죽은듯하던 작은 생들이
뾰족뾰족 새잎을 밀어 올리고 있다.
소사나무, 애기사과, 석류, 제비꽃, 영산홍, 찔레...
그리고 이름 잘 모르는 화분 몇 개...
지난해의 잔해 위에 새싹이 옹골차다.
연전에 어떤 이가 그랬다.
마음이 달아날 때마다
때로는 쫓아가 잡아오기도 하고
때로는 더 멀리 가서 기다리기도 하지만
자꾸 나를 벗어날려는 마음이 가끔은 야속하다고...
얼마나 더 살아야 그 마음이 곁에 머물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그래서 그랬다.
마음이 늘 내 안에만 있다면
싱거워서 뭔 재미로 살고, 답답해서 어찌 살겠냐고...
내 몸뚱이 논밭에서 땀 흘릴 때
마음만이라도 시원한 바람 맞고 있으면
고단한 몸뚱이도 조금은 시원해지지 않겠냐고...
가만 내버려 두라고...
함께 있어도 내 것이고 따로 놀아도 내 것 아니겠냐고...
자잘한 주름꽃 필 무렵 설레기 시작한 마음은
그렇게 봄은
내 속으로부터 와 내 속을 휘젓다가
다시 내 속으로 사라지겠지.
손에 조각도를 들었지만
눈은 창밖에 두고
마음은 더 멀리 앞산에 가있으니
오늘도 마음 따로 몸 따로 하루를 보낸다.
흐흐...그게 비단 오늘 뿐이었으랴만...
건너다본 앞산에
오후 햇살이 살포시 앉아 졸고 있다...^^
-11.03.26 강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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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개한 매화가지에 잠시 머물다가
이제, 꽃망울이 터져 가지를 하얗게 덮은 목련에 앉아있다.
꽃샘추위가 쑥 캐는 아낙들의 소맷자락을 스쳐 지나고
보라색 제비꽃이 여리게 흔들릴 즈음이면
그때야 비로소 봄은 온전히 올 테고
그때야 비로소 널뛰던 마음도 자리 잡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