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소리/작은이야기

콩제비꽃

강 바람 2011. 4. 29. 18:58

"나갈라꼬요?"

"응...."

"아직 눈이 뻘건데..."

"괘안타, 이제 아무렇지 않다."

"그래도...이왕 쉰 거 담주에 가지..."

"...................."

답답한 나날이지만

할매 걱정꺼리 되는게 싫어 또 주저 앉았으나

그런 잔소리가 딱히 싫지만은 않다.

 

  

제작년에 한포기 얻어다가

전복껍데기에 심은 콩제비꽃이다.

이 녀석도 용케 꽃을 피웠다.

 

 

들여다 보지 않으면 잘 보이지도 않는 작은 꽃이지만

사랑초는 아직 피기 전이고

만발했던 동백꽃도 지고

모처럼 핀 붓꽃마져 가버려서 

삭막하기까지한 베란다를 밝혀준 꽃이다.

 

 

해지면 오므리는 복수초

밤이면 새근새근 꿈꾸는 괭이밥

흐리기만해도 가슴을 꽁꽁 여미는 사랑초

흰젖제비꽃이나 노랑제비꽃도 밤이면 잠드는데

이 녀석은 한 밤중에도 깨어있다.

모두 잠든 그때에도 깨어있는지 그건 나도 모르지만

아침에 나가보면 여전히 하얗게 웃고 있다.

 

 

 

앞산 중턱의 텃밭가에

무더기로 피어나는 흔하고 자잘한 꽃이긴 하지만

오롯한 한송이는 무더기 중의 한송이와 사뭇 달라서

집안에서 보는 녀석의 크기는 결코 자잘하지 않다.

 

 

사나흘 저 혼자 피어있더니

녀석도 외로웠던지

제 곁에 하나, 맞은 편에 또 하나

동무 둘을 불러서 소곤소곤 재잘재잘한다.

그 모습 괜찮아서 방에 들여놓았다가

한나절도 못돼서 베란다에 도로 내놨다.

너른 들판은 아니지만 그래도 방보다는 나으리라 여겨서... 

 

어영부영 사월 가고 봄날도 간다.

 

-11.04.29 강바람- 

'바람소리 > 작은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통사공에 물들다.  (0) 2011.08.10
중참시간에 커피 한 잔 들고...  (0) 2011.07.28
소소함에게 안부를 묻는다  (0) 2011.04.10
봄바람  (0) 2011.03.26
목련차  (0) 2011.0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