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여 머리에서 떠나지 않던 정모...
내가 할 수 없는 일 중의 하나가 먹는 것 정하는 일이었습니다.
뭐 아는 게 있어야 계획이라도 세우지요.
그래서 젤 먼저 한 일이 할매 꼬시는 일이었습니다.
평소 안하던 일도 군말없이 해주며 아양을 떨다가
정모 3일 전에 그동안 적어뒀던 메모지를 꺼내놓고
이건 어디서 사노?
이건 어떻게 하는 게 맛있나?
이건 가격이 얼마쯤 되노?
자꾸자꾸 물었더니 대답하기 귀찮은건지 아니면 안됐다 싶었는지
"고마 그거 이리 줘 보이소!"
앗싸!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메모지를 건넸더니 알았다네요.
꾸역꾸역 짐 쑤셔넣고 달려서 목적지에 도착하니
눈에 익은 현수막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운동장에 들어서니
합천호님, 만다라님, 한량이님, 싼티짱님이 먼저 오셔서
만반의 준비를 완벽하게 해 놓고 계셨습니다.
합천호님외 세 분은 모두 초면인데 참 많이 미안했지요.
할매한테 부침개부터 내놓으라고 성화를 댔습니다.
최고봉님과 아름이님이 도착하시고
만다라님이 이름표에 닉을 써주시며
뒷면에 갖가지 고운 그림까지 직접 그려 주시는데
그 공력이 대단하셨네요.
나무도 모르고 공예도 모르는 제가
목공예카페의 카페지기가 된 것 자체가 웃기는 일이기에
딴에는 열심히 해본다고는 하지만 역부족임을 수시로 느끼고 있습니다.
먹자고 모이겠습니까?
어디 수다 떨 곳이 없어 모이겠습니까?
그냥 보고싶고...
그냥 궁금하고...
정모라는 핑계꺼리가 있으니 기다려 지는 거고
그 핑게로 만나서 이런저런 일들을 의논하고
중지를 모아 잘 꾸려 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
경기, 날씨, 시기, 장소 등 불리한 여건임을 알면서도
정모를 번개치듯이 급하게 정하게 됐습니다.
어쩌면
점점 나태해지는 저를 일깨우기 위함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합천호님이 앞장서서
솔선수범해 주신 덕으로 쉬웠습니다.
자신은 물론 지인들까지 초청하셔서 도움을 청하셨나 봅디다.
(초청은 좋은 표현이고, 아마 생때를 썼지 싶습니다...ㅎ)
갑자기 쏟아지는 소낙비로
들이친 빗물이 바닥에 흥건하여 부랴부랴 텐트 옮기고
때론 막고 때론 터주며 기다렸다가
소낙비 지나간 뒤에야 겨우 장비를 설치했습니다.
드뎌 노는 시간입니다.
그렇다고 낮에 일했단 이바구는 아닙니다.
여기서 논다는 의미는....이런 겁니다.
늘 수고하시는 풀이님이십니다.
무거운 장비 챙겨와서
무거운 색소폰 들고
무거운 몸 앉지도 못하고
가쁜 숨 몰아쉬며 묵묵히 서서 몇 시간을 버티시니
매번 고맙고 미안코 그런 사람입니다.
비록 소리는 안들리지만 박수 한 번 치겠습니다...ㅉㅉㅉ
다른 분들께서 올리신 사진을 이미 보셨지 싶어
처음 오신 분들만 대표로 올려서 분위기만 전달하겠습니다.
왼쪽 위 첫 사진은 싼티짱님이십니다.
텐트치고, 주변정리하고, 심지어 장보는일까지...고맙습니다.
시계방향으로 두번째 사진의 주인공은 아름이님이십니다.
가수 뺨칠 노래 실력에 앵콜 요청이 쇄도했었습니다.
그리고 왼쪽 아래는 만다라님이십니다.
불교미술 하시는 분인데
화덕에 불피우고 청소하고 이름표에 그림그리시고....
암튼 못하는게 없으신 분이셨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사진은 최고봉님이십니다.
처음오신 분도 아닌데 왜 이자리에 있냐고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한량이님을 넣으려고 했는데 제대로 나온 사진이 없더라구요.
그래서 빈칸 채우려고 대신 넣었습니다.
다른사람도 있는데 왜 그냐고 묻지 마이소
실은 저도 이분 본지 너무 오래됐걸랑요.
우리의 감성을 책임지고
또한 노숙할 수 있도록...아니, 더 정확히 말해서
노숙으로 끌고가시는 젊은 오리님이십니다.
익숙한 얼굴이라 설명이 필요없지만
처음 오신 분들을 위해 사족처럼 덧붙여 소개 드렸습니다.
아무리 바빠도 세 번만 찌르면 불원천리 달려 오시는 분입니다.
(우리끼리 하는 말이지만 어쩌면 찔러주길 기다릴지도 모릅니다. ^)
그리고 그 뒤에 찰싹 달라붙어 계신 분...한군님...
일년에 딱 두번 술먹는데
한 번은 여름 정모....또 한 번은 겨울 송년의밤 정모랍니다.
이분은 저도 설명드릴 수 없습니다.
그저, 백문이불여일견...그런 사람입니다.
이런 모습들...
즐거워 하시는 저 모습들...
언제 해가 졌는지...밤이 얼마나 깊었는지...
심지어 저녁을 언제 먹었는지 도통 기억에 없습니다.
누구 아시는 분 좀 알려 주이소.
사진을 보니 먹긴 먹은 모양인데
저는 분명 저녁 먹은 기억이 없습니다...ㅠ
그리고 빠질 수 없는 또 한 분...
하모니카, 대금, 노래, 통기타, 詩 ...
다재다능하신 가람님...
별도 없는 밤하늘에 청아하게 울려 퍼지는 소리...
매번 들어도 좁은 대통 속의 알 수 없는 소리...
그리고 또 한 분...보현님.
주말이 젤 바쁜데 헐레벌떡 오신 걸 보니
어쩌면 영업 땡땡이 친 건 아닌지...
암튼, 지금부터 음악다방내지는 나이트 분위기로 돌변 합니다.
그것도 부족했든지
쉬 자리를 뜨지 못하고 둘러 앉아
젊은오리님의 통기타에 몸과 마음 맡긴 채
긴밤을 지새우고 5시에 자리를 떴습니다.
원래 야간에 일어난 일은 불문에 붙이는 게 통사공 전통이라서
세세한 이야기는 생략합니다.
아래의 그림을 보시고 그저 미루어 짐작하시길요.
긴 설명 필요 없겠지요?.
만다라님의 재빠른 붓끝에서 환생한 달마도와
천진, 청정한 바우솔님의 서예작품과
대소리님의 대금연주와 옥수수...
그렇게 한아름의 선물을 안고 돌아왔습니다.
모두가 소중한 선물이지만
짧은 닉 한 번 부르는데도 울컥해지는
그런 님들을 만났다는 게 제게는 또다른 선물이었습니다.
참석자(무순)
-작은 차에 귀한 선물 구겨넣고 달려오신 최고봉님께 감사드립니다.
-편찮으심에도 열정적으로 어울려 주신 아름이님께 감사드립니다.
-일년에 딱 두번 통사공 정모에서만 술마시는, 그래서 흥이 넘쳐 좌중을 즐겁게 해주신 한군님께 감사드립니다.
-언제나 한결같은 우리의 예인 가람님의 우정에 감사드립니다.
-번개돌이, 정모돌이 바람되어님...가냘픈 몸매에도 언제나 큰 짐 지고 앞장서는 그대에게 감사드립니다.
-수건뭉치를 안고 버스타고 오시느라 고생하신 한량이님께 감사드리며 통사공 노숙자 대열에 끼이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작년에 봤어도 어제 본듯하고 어제 봤어도 오래전에 본듯한 님...긑없는 흥을 다 받아주신 풀이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어느해 겨울, 우연히 오셨다가 발목 잡히신 춘피님의 열정에 감사드립니다.
-한마디 없어도 백마디를 알고 묵묵히 뒤를 지켜주시는 비우고님, 채우고님 두분의 한결같은 마음에 감사드립니다.
-차분한 성품으로 구석구석 살피셔서 쉬어가게 하고 돌아보게 하시는 일벌님께 감사드립니다.
-보고프다는 한마디에 옆구리 찔려 생업 미루고 오셔서 아련한 추억의 시간을 만들어 주신 젊은오리님께 감사드립니다.
-주말 특수에 영업지장을 감수하고 달려오셔서 능숙한 진행으로 웃음과 즐거움을 주신 보현님께 감사드립니다.
-가족 병환 중이심에도 들려 주신 내매기님께 감사드립니다.
-어르신 간병과 농사와 목수일까지 바쁜 와중에 귀한 선물까지 안고 오셨다가 급하게 돌아가신 도편수님게 감사드립니다.
-내속 그가 알고 그의 속 내가 아는지라 오라꼬 협박도 안했는데 피곤함 무릅쓰고 와 주신 파락호님께 감사드립니다.
-처음 오셔서 궂은일만 하고 가신 싼티짱님, 다음에 좀더 살뜰한 시간을 가질수 있기 바라며 그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장소 섭외에서 뒤처리까지 하시고 적지 않은 경제적 손실을 감수하시며 반갑게 맞아주신 합천호님과 부인께 감사드립니다.
-이래도 알고 저래도 아는데 얼굴만이라도 보겠다고 먼길 돌고 돌아오신 대소리님께 감사드립니다.
-처음 오셨음에도 궂은 일 앞장서시고 귀한 작품까지 선물해 주신 만다라님께 감사드립니다.
-빠듯한 일정에도 먼길 돌아 귀한 작품 선물해 주신 바우솔님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저 강바람과 울집할매 였습니다.
마음 보태주신 분
춘피님 : 복분자주
선비님 : 복분자담금주 10리터, 산딸기주 2리터
바람되어님 : 감자 10키로
도편수님 : 직접 키운 자두 10키로
합천호님 : 수건 100장, 막걸리, 현수막, 외...
파락호님 : 금일봉
보현님 : 금일봉
최고봉님 : 금일봉
만다라님 : 시연 달마도작품 다수
바우솔님 : 시연 서예작품 다수
대소리님 : 옥수수 2가마니
또 있는데...요즘 제 총기가 예전만 못해서 깜빡깜빡합니다.
혹, 빠지신 분 손들어 주세요...ㅎ
모두모두 고맙습니다.
더 따뜻하게
더 맛있게
더 알차게
더 안락하게 모시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내내 평안하시고 하시는 일 모두 이루시며 행복한 나날이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제게는 '선물같은 하루'였습니다...^^
-2011. 08.09 강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