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바람님 내일 창원에서 뵐 수 있겠지요' - 무무...
'강바람님 내일 창원 정병산 꼭 가셔야 합니데이...' - 자연in...
'강바람님 안토니오입니다. 낼 창원에서 뵙겠습니다. 잠이 쉽게 안오네요' - 안토니오...
세 분이 번갈아 공격하는데
정신이 하나도 없어서 제대로 방어도 못하고 항복했다.
에고~ 내가 뭐라꼬...
강바람 없다고 산에 못 갈 일도 아닌데
불러 주니 이 또한 고마운 일 아니겠는가?
게으른 몸 일으켜 일찍 나섰다.
앞선 자연인님 따라 계곡길을 가는데
산행지도와 비교해보니 아무래도 돌아가는 것 같아서
안토니오님은 길이 맞느냐고 묻고
자연인님은 당연히 맞다 하고
한 구비 돌아서 또 묻고
자연인님은 또 맞다카고...
다리 하나 건너서 또 묻고
또 맞다하고...
내가 지나온 길도 많이 허둥댔다.
물어볼 사람도 없고
참고할 지도도 없으니
빠른 길 찾다가 오히려 돌아가기도 했고
쉬운 내리막 그 끝에는 언제나 가파른 고갯길이 기다리고
평탄한 길을 택했다가 시냇물에 막히기도 했으니
때론 투덜거리고
때론 가쁜 숨 몰아쉬고
때론 신발 벗어 들고 기웃뚱거리기도 했지만
늦은 만큼 돌아보는 시간도 얻었고
땀 흘린 뒤의 상쾌함도 맛보았으니
오는 동안 무엇이 옳고 글렀는지는 모르겠다.
아직도 가고 있으니까.
아~ 이제 끝이 보인다.
오르는 사람 편하라고 계단을 만들었는데
역설적이게도 나는 이 계단이 싫다.
다리가 더 아프니까.
철죽인것도 같고...진달레일지도 모르고...
암튼 길가에 무더기로 자리한 그들을 보며
봄이면 참 이뿌겠네...그런 생각이 들었다.
드디어 올랐다.
그런데 비음산이라니???
분명 정병산이라고 올랐는데 비음산이라니??
자연인님도 어이가 없는 모양이다.
"어? 이게 왜 비음산이지??"
분명히 정병산이었단다.
지난번 왔을 때 분명 '정병산 566m' 였단다.
웃었다.
웃을 수밖에...
정병산이 자연인님 모르게 이사했나보다며 농을 걸었다.
창원 시내는 발 아래 낮게 엎드렸고
어깨를 비비고 선 산들...
오르기는 어려워도
막걸리 한 잔 들고 바라본 산은 편했다.
안개 살폿한 산 너머에 시선 주고 있자니
뭉클 솟는 그것...
회한인지도 모르고 그리움인지도 모를 그것들...
멀리 내다보면 오랜 일들이
가까운 눈 앞을 응시하고 있으면 바로 어제의 일들이...
정병산 오르려다가
엉뚱하게 비음산에 올랐으나
그냥 그렇게 넋도 혼도 빼놓고 돌아보는 것도 괜찮지 싶고
밝은 햇살과
길게 누운 나무그림자의 편안함에
나 또한 덩달아 편했으면 됐지 싶었다.
그런 이유에서라면
정병산이니 비음산이니 따질 것도 없을 듯하고...
능선을 따라 다시 정병산을 향했다.
시간상 목적지까지 갈 수는 없었지만
그냥 내려가느니 가는데 까지 가보자고 졸랐다.
조급함을 버리고 편하게 걷다가 2시 되면 내려가기로 하고
봉우리 몇개를 오르내리며 걷다가
약속대로 2시 쯤에 하산했다.
내리막길에 고생 좀 했다.
신발이 작아서 발가락이 얼마나 아프던지.
오죽했으면 가파른 산길을 뒷걸음으로 내려 왔을까.
준비가 부족하면
쉬운 내리막길도 어렵다는 걸 새삼 체험했다.
인근에 있는 주남저수지에 갔다.
하산시간에 맞춰 오신 다운이님 내외분과 늦은 점심을 마치고
그냥 헤어지기 서운타시는 다운이님의 안내로 찻집에 들어
이런저런 사는이야기, 카페이야기로
해 저문줄 모른 채 수다 삼매경에 빠졌으니
반주로 마신 소주 한 잔이 강바람을 수다꾼으로 만들었나보다.
그렇게 메마른 하루를 촉촉하게 적시고 왔다.
함께해서 좋은 산행이었다.
실수조차 웃을 수 있는 건 동행이 있음이려니
내 남은 여정에도 이런 동행이 늘 함께 했으면 싶다.
그 동행이 아내였으면 좋겠다는 걸 아내도 알까??
알겠지...^^
-12.01.31 강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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