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소리/작은이야기

꽃창포

강 바람 2020. 5. 25. 18:10

 

그의 환한 웃음은 딱 그해뿐이었다.
그렇다고 그 웃음마저 오랜 간 것도 아니었으니
한 이틀? 잘 하면 사흘?
잠깐 스치고 비틀거리며 떠나고는 소식 없었다.

 

그로부터 한두 해 더 기다렸지만
그는 다시 오지 않았고 나 또한 잊고 있었는데
며칠 전, 느닷없이 찾아왔다.
언제 만났었는지 몇 해나 지났는지
기억조차 가물가물한 차에 반갑기도 하고
잊고 산 게 미안키도 하고...

 

늘 같은 자리에 있어도
그가 웃을 때만 마음을 줬으니
根本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얄팍한 내 인정은
뿌리가 아닌 꽃이 그의 본질인 줄 알았다.
하기야, 꽃뿐이었을까?
또 다른 그...
또, 또 다른 그, 그, 그들...

 

불쑥 찾아온 꽃창포(맞나?) 한 송이에
가물가물한 기억 따라
7년 전 4월 청주 어디쯤에 멈추어 혼자 웃는다.

하루에 하나씩 연거푸 사흘을 피더니
기껏 사흘 머물고 온 순서대로 떠난다.
하나 남은 이것도 내일이면 마저 가고
나는 또 대궁이만 남은 화분을 구석자리로 옮길 것이다.
뭐, 내가 매정해서가 아니라
베란다 통로가 워낙 좁아서 어쩔 수 없.....다.
녀석들 다 가기도 전에 벌써 내년 5월이 궁금하다.

 

-2020.05.28. 강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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