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소리/작은이야기

Holiday

강 바람 2021. 1. 9. 09:18

분주히 오가던 차들은 어둠에 눌려 보이지 않고
좌회전 신호를 재촉하는 노란 깜빡이들만이
지금 나가지 않으면 큰일이라도 날 것처럼
조급하게 좌회전 신호를 조르다가
신호가 들어오자마자 시위 떠난 화살처럼
숨 가쁘게 삼거리를 휘돌아간다.

어디로... 왜...라는 쓸데없는 궁금증이 일다가도
미끌미끌한 그릇이 고무장갑에서 빠져나가려는 통에
그것 움켜쥔 손에 힘이 실리면서
의미 없던 궁금증도 스르르 사라지고
외발로 선 새처럼
왼발 엄지를 오른발 등에 세워 다리 쉼을 한다.

눈은 삼거리의 신호등에 멈추고
손은 설거지에 바쁘고
생각은 홍길동 분신처럼 흩어져 헤매는데
딸내미가 사준 블루투스 스피커에선
귀에 익은 Scorpions의 Holiday가 흘러나와
축 처진 할배의 어깨를 부추기고 있다...^^

-2021.01.07 강바람-

 

 

 

Holiday(1979) / Scorp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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