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소리/작은이야기

강 바람 2006. 10. 23. 18:10

오면 가는 게 인간사이고
그런 줄 알면서도 연 맺는 것은
어리석어서가 아니라
정이 앞서기 때문이려니
창공을 박차고 오르는 연도
가느다란 실 한 가닥에 매달려 있음이고
그 실 저편에 마음 조리는 사람의 손이 있음이니,
솟구치면 늦추고
기웃거리면 북돋고
주저앉을라치면 이끌고 함께 뛰기도 하였음을...

인연이라는 이름의
허약하기 이를 데 없는 사이버 연줄을
상처날세라 가슴에 보듬는 것은
계산으로 어울리고
손익 따라 오가는 연이 아닌
실 하나로 그의 맥박을 감지하고
내 마음을 그 실에 실어 보내며
연과 내가 소통하리라 여겼음인데...
 
떨어지는 연은 또 있을 테고
보낸 마음만 바람에 흩날릴 테지만
그럼에도 미련한 중생은
지금 또 연을 날리고 있다.

이별은 만남의 수만큼 생길 것이고
어느날 내 연줄을 스스로 끊을 날이 온다 해도
그렇더라도 이별 인사는 하지 않으련다.
한 번 한 이별인사도 아직 지우지 못했음에...

-06.05.11 강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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