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은
화살처럼 꽂히는 빗줄기를 말없이 받아주고
넓은 품에 온몸으로 안겼다가
작은 파문 하나 남기고 강이 되어 스러지는 비.
발길은 젖은 강변에 두고 눈길은 강심을 맴돌지만
마음은 저 혼자
산길을 돌고 벌판을 가로지른다.
그 길은 아직도
어제 같기만한 유년시절이기도 하고
바로 어제이기도 한 돌아갈 수 없는 길 들.
강바람.
카페에 들어와 생긴 또 다른 내 이름.
틀에 갇힌 채 찌들어 버린 일상 속에서
늘 갈구하던 것이 바람 같은 자유였고
강 따라 흐르는 바람처럼
걸림 없는 여행을 꿈꿨더니
여행은 늘
마음으로 떠나고
마음으로 돌아오는 저 혼자의 길이었고
손에 잡히지 않는 허전한 공상이었다.
그러던 그것이
언제 부턴가 소중한 일상이 되었고
강 따라 산천을 휘돌자던 여행이
사람 따라 흐른 마음의 여행이 되었으며
그 길에서의 느낌을 풀어놓을 곳이 있고
함께 느낄 수 있는 벗들이 있었기에
혼자이되 결코 혼자이지 않은 길이었음에
그로하여
강바람의 진정한 여행은 산도들도 아닌
바로 여기 통사공인지도 모르겠다.
지금,
물기 머금은 강바람에
찌든 속 조금 씻어내고 돌아온
이 아침의 짧은 산책도 이렇듯
혼자가 아닌 동행이었음을 느끼듯이...
-06.07.01 강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