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소리/작은이야기

머슴자리 구합니다.

강 바람 2008. 2. 10. 17:09

기암절벽은 아니더라도
바위와 나무가 잘 어우러지고 

벗어서 더 깊어진 숲과
햇살에 반짝이는 자작나무의 흰 뼈마디와

그 사이로 드러난 부드러운 능선과 

희끗희끗 하늘이 보이는 곳.


깊고 넓은 강이기보다는
바짓가랑이 둥둥 걷고 성큼성큼 건널 수 있는
작은 개울이 심심찮게 굽이 돌고

보는 것만으로도 배부를 너른 들판에
옹기종기 모인 담 낮은 집들이 건너다보이는 곳.
 

눈이라도 폴폴 날리는 날에는
서걱대던 지난 가을의 억새도 눈꽃을 피우고
흰눈이 소복하게 쌓인 징검다리가 시리게 다가오는 곳.
두어 그루의 키 큰 미루나무
그 꼭대기 어디쯤의 위풍당당한 까치집너머로
안개 속처럼 아련해진 들판에
저녁연기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그런 곳에

 

단칸 오두막 하나 얽어서 

처마 밑에 땔나무 가득 쌓아놓고
더도 말고 딱 한해 겨울만 나봤으면 좋겠네...
했더니,
멀뚱히 쳐다보던 아내가 기어이 한마디 합니다.
“뭐하고 사려우?”
“눈은 누가 치우고?...”
“$&%&^(#......”

에구~ 무드 없는 할망...

 

혹, 그런 댁에서 머슴 쓰실 분 안계십니까?

다른 건 몰라도 군불은 아주 잘 땝니다.

 

여전히 춥습니다. 따뜻한 밤 되이소....^_^

 

-08.02.10 강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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