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그레 익어가는 감들...
아파트에서 보는 그 풍경은
삭막함을 가려 주는 계량할 수 없는 가치라
그 것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반갑고 고맙다 그랬는데
하릴없어 어슬렁어슬렁 동네를 돌다보니
불과 며칠 사이에
주차장 쪽의 대추는 한알도 없고
그 곁의 석류도 높은 곳에만 겨우 남아있다.
앞쪽 화단에 있던 탐스런 감마저 온데간데 없고
잘 어울렸던 가지도 삭뚝 잘려 나갔으니...
화도 나고...내 짓인듯 부끄럽고...
온전한 것이라곤 경비실 앞의 석류 뿐...
그게 옳지 못한 행동이었음을 알긴 아는 모양이다.
감 따지 말라고 팻말까지 걸어 뒀는데
익지도 않았으니 먹으려던 건 아닐 테고
가지 채 꺾어다가 거실 벽에 걸어 놨을까...
차 안에 이쁘게 모셔뒀을까...
철없는 아이의 행동이었을까...
경비실에 들렀더니 아저씨도 한숨을 푹 내쉰다.
설마설마 했는데...
금년엔 괜찮으리라 기대했는데...
화도 나고 아쉽기도 하지만
내년을 기약하며 가지치기를 했단다.
아예 손 닿지 않도록 윗 쪽만 남겼단다.
누군가가 망처버린 풍경...
미운 이기심이 참 민망하다.
-08.09.27 강바람-
'바람소리 > 작은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慢行...게으른 산책 (0) | 2008.11.03 |
---|---|
흔적 (0) | 2008.10.07 |
맞고라도 치렸더니... (0) | 2008.09.14 |
감사한 마음으로 (0) | 2008.08.15 |
노을 잡으려다가... (0) | 2008.08.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