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소리/작은이야기

잃어버린 풍경

강 바람 2008. 9. 27. 18:01

  

발그레 익어가는 감들...

아파트에서 보는 그 풍경은

삭막함을 가려 주는 계량할 수 없는 가치라

그 것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반갑고 고맙다 그랬는데

 

 

하릴없어 어슬렁어슬렁 동네를 돌다보니

불과 며칠 사이에

주차장 쪽의 대추는 한알도 없고

그 곁의 석류도 높은 곳에만 겨우 남아있다.

앞쪽 화단에 있던 탐스런 감마저 온데간데 없고

잘 어울렸던 가지도 삭뚝 잘려 나갔으니...

화도 나고...내 짓인듯 부끄럽고... 

 

온전한 것이라곤 경비실 앞의 석류 뿐...

그게 옳지 못한 행동이었음을 알긴 아는 모양이다.

감 따지 말라고 팻말까지 걸어 뒀는데

익지도 않았으니 먹으려던 건 아닐 테고

가지 채 꺾어다가 거실 벽에 걸어 놨을까...

차 안에 이쁘게 모셔뒀을까...

철없는 아이의 행동이었을까...

 

경비실에 들렀더니 아저씨도 한숨을 푹 내쉰다.

설마설마 했는데...

금년엔 괜찮으리라 기대했는데...

화도 나고 아쉽기도 하지만 

내년을 기약하며 가지치기를 했단다.

아예 손 닿지 않도록 윗 쪽만 남겼단다.

누군가가 망처버린 풍경... 

미운 이기심이 참 민망하다. 

 

 -08.09.27 강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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