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 좋게 집을 나서는데
뜬금없이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라는 노래가 떠오르데요.
그렇다고 다 아는 건 아니고
기억나는 거라곤 딱 한마디
"흐린 하늘에 편지를 써~~" 그것 뿐인데
아마도 흐린 하늘이
그 노래를 떠올리게 했는가 봅니다.
옛날 어릴 적
눈깔사탕 하나 얻어 먹고
친구 누나에게 쪽지 심부름 하던 일과
친구들과 주고 받은 편지며
아내에게 처음 건넨 편지까지
두서 없이 불쑥불쑥 솟는 기억으로
혼자 피식 웃으며 만든 게 이 모양입니다.
쓰고 지우고 다시 쓰고 또 지우고
밤새도록 끙끙대며 쓴 편지를
누가 볼세라 은근슬쩍 전해주고
도망치듯 돌아서던 풋풋한 시절의
그 설레임과 야릇함...
내미는 편지를 바로 받지 못하고
반쯤 돌아서서 손만 내밀던 그 수줍음들...
그렇게 하나 만들고 돌아오는데
경비원 아저씨가 불러 세웁니다.
"택배 왔는데요"
엘리베이터 안에서 들여다 봤더니
눈에 익을 글씨와
눈에 익은 주소...
"아~ 가을이라꼬 또 뭔가를 보냈구나..."
보낸 마음이
손에 든 무게보다 더 묵직하데요.
그 속에는
빨갛게 물든 가을이
삼층으로 가지런히 누워 있었습니다.
가을이 깊어지니 생각이 났겠지요.
그 가을을 보여 주고 싶었겠지요.
종일
편지라는 주제로 놀았더니
어떻게 알았는지 그렇게 저 먼저 와 있었네요.
고맙습니다...꽃씨님...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_^
-08.시월을 보내고... 강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