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소리/나무이야기

가을엔 편지를...

강 바람 2008. 10. 31. 22:59

 기분 좋게 집을 나서는데

뜬금없이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라는 노래가 떠오르데요.

그렇다고 다 아는 건 아니고

기억나는 거라곤 딱 한마디

"흐린 하늘에 편지를 써~~" 그것 뿐인데

아마도 흐린 하늘이

그 노래를 떠올리게 했는가 봅니다.

 

 

옛날 어릴 적

눈깔사탕 하나 얻어 먹고

친구 누나에게 쪽지 심부름 하던 일과

친구들과 주고 받은 편지며

아내에게 처음 건넨 편지까지

두서 없이 불쑥불쑥 솟는 기억으로

혼자 피식 웃으며 만든 게 이 모양입니다.

쓰고 지우고 다시 쓰고 또 지우고

밤새도록 끙끙대며 쓴 편지를

누가 볼세라 은근슬쩍 전해주고

도망치듯 돌아서던 풋풋한 시절의

그 설레임과 야릇함...

내미는 편지를 바로 받지 못하고

반쯤 돌아서서 손만 내밀던 그 수줍음들...

 

 

그렇게 하나 만들고 돌아오는데

경비원 아저씨가 불러 세웁니다.

"택배 왔는데요"

엘리베이터 안에서 들여다 봤더니

눈에 익을 글씨와

눈에 익은 주소...

"아~ 가을이라꼬 또 뭔가를 보냈구나..."

보낸 마음이

손에 든 무게보다 더 묵직하데요.   

 

 

그 속에는

빨갛게 물든 가을이 

삼층으로 가지런히 누워 있었습니다.

가을이 깊어지니 생각이 났겠지요.

그 가을을 보여 주고 싶었겠지요.

종일 

편지라는 주제로 놀았더니

어떻게 알았는지 그렇게 저 먼저 와 있었네요.

고맙습니다...꽃씨님...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_^

 

-08.시월을 보내고... 강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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