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소리/작은이야기

똑딱이 차고 삼포로 간다...^^

강 바람 2009. 4. 24. 22:20

 삼포로 가는 길 - 강은철

2

"사진이란 기록일뿐이다"라고 생각했는데

날이갈 수록 그게 아님을 느낀다.

잘 나온 사진을 보면 은근히 욕심도 생기는 걸 보면

이넘의 똑딱이 신세를 고만 지고 싶기도 하다.

 

조금 무리하면

한 단계 업그레이드 쯤은 어찌 하겠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다.

한 단계로 만족해 지지 않을 게 불 보듯 뻔하니...

 

대신,

트레이닝으로 부족한 부분을 채울까 싶어

안 쓰던 삼각대 까지 챙겨서 집을 나섰다.

 

평일이라 사람도 뜨문하고

흐린 날씨라 눈살 찌뿌리지 않아서 오히려 편하다.

 

 

산이라지만 겨우 해발 백여 미터짜리니

그냥 동산 수준이라 힘들 것도 없고

숲으로 들어서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찍어 본다. 

 

찍고 확인하고

맘에 들지 않으면 지우고 또 찍고...

 

혼자 웅얼웅얼 노랠 읖조린다.

  

바람부는 저 들길 끝에는 삼포로 가는 길 있겠지
굽이굽이 산길 걷다보면...

-아니 '산길을' 인가??

에라 모리겠다 그냥 그렇다 치고...-

 

 한발두발 한숨만 나오네~

아 아~ ,켁켁~~

뜬구름하나 삼포로 가~거어어~~~♬ 켁!

-A~C 왕년에 안 그랬는데 이넘의 목이...ㅜㅜ-

 

화려한 꽃도 있고

작아서 잘 보이지 않는 녀석도 있고

 

뭐 그렇게 이뿌지 않은 녀석도 있고

다 그런 거지 뭐...

 

한 짐씩 짊어지고 다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냥, 손목에 달랑달랑 걸고 다니는 사람도 있고...

 

 

이것저것 맘 가는 대로 찍다 보면

소 발에 쥐 잡기로 잘 나온 녀석도 있는 반면

촛점 어긋나 눈 어리도록 하는 그런 경우도 있지만  

대수랴?

그 핑계로 호젓한 산길 휘적휘적 걷다 오는 거지...

 

누가 뭐라지도 않는데

혼자 중얼거리며 산길을 내려오는데

누군가가 떼죽나무?를 베어 놓았다.

아마, 구청에서 간벌 작업이라도 했는가 보다.

툭 꺽어 보니 좀 마르긴 했지만

열쇠고리 재료는 되겠다 싶어 주우러 들어가다가

 

기어이 피를 보고 말았다.

경사진 곳으로 한 발 내딛다가 비틀비틀...

앞으로 꼬꾸라질 수는 없고 옆으로 누웠는데

순간, 허벅지가 뜨끔 하다.

그 와중에도 카메라는 하늘로 치켜 들고...

툭툭 털고 일어나 바짓가랑이를 걷어 보니

백옥? 같은 허벅지에 그려진 선홍 빛 한 줄...

A~C...하면서도 카메라를 들이댔다.

경쾌한 셔터음...

휴~ 하마터면 카메라 다칠 뻔 했네...

 

세시간 만에 집에 돌아와

컴 켜고 사진 부터 확인 했더니 그런 대로 나왔다.

그래, 사진 작가로 나갈 거도 아니니

고마 있는 거나 제대로 쓰자.

이 정도면 괘안은데 뭐~~ ^_^

 

-09.04.24 강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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