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소리/작은이야기

뻐꾸기 우는 사연

강 바람 2012. 7. 2. 22:47

 Shadows

"뻐꾸기 짝짓기 할 땐교?"

이 산 저 산에서 경쟁하듯 울어대니

감자 캐던 아내가 궁금해서 묻는데

뭐, 솔직히 낸들 알아야 답하지...

"당신, 텔레비에서 뻐꾸기 알 낳는 것 봤제?"

"아~ 그 남의 둥지에 알 낳는 거..."

"그래, 그거 보이 어떻더노?"

"어떻긴 얌체지...거기다가 은혜도 모르고 주인 알 다 차버리잖던교."

"저넘들은 날 때부터 그렇게 태어났으니 우야겠노..."

"....."

"우찌 보면 불쌍타 아이가"

"불쌍키는..."

그래도 그 탁란행위가 맘에 들지 않는가보다.

"지 새끼 남의 집에 두고 그 애미는 얼마나 속 타겠노.

그래서 저래 우는지도 모르지..."

"....."

"당신 저 입장이라면 속 편하겠나?"

"그라고 보이 좀 안 됐네..."

정말 그러는지는 나도 모른다.

아내 생각대로 짝 부르는 소린지도 모르지만...

 

 

감자 2포대, 양파 2포대를 샀다.

감자바우 출신 아니랄까봐

암튼 감자만 보면 입을 다물 줄 모른다. 식구도 단출한데...

양파는 즙을 내 먹으면 좋다고 해서

매년 이맘때면 어김없이 챙기는 거지만

말로 표현할 수없는 그 맛이 좀체 익숙해지지 않는다.

우엣기나 그렇게 사온 것들을

낑낑대며 들여 놓긴 했는데 문제는 그 다음부터다.

좁은 베란다 가운데는 화분들이 차지하고

양 끝에 남은 손바닥만 한 공간 중에

오른쪽은 아내가 쓰고 왼쪽은 내가 쓰기로 약속했는데

커다란 박스를 주워 오더니 감자를 차곡차곡 담아설랑은

내 공간 입구에 좀 놓겠단다.

이건 약속이 다르잖으냐 항의 했지만

내가 보기에도

오른쪽엔 더 비집고 들 공간이 없으니

하는 수 없이 그러라고 승낙했는데

이번엔 그 감자 박스 위에 양파를 올려 달란다.

쳐다보며 무언의 항의를 했지만

감자박스 위에 얹는데 무슨 문제 있냐는 투로 무시한다.

거기다가 맞은 편 마사포대 위에 한 자루 더...

 

 

그런데

이 할매...

화분에 물 주고 있으니 빼꼼히 내다본다.

"와??"

"기냥..."

화분관리는 내 몫이라

도통 신경도 안 쓰더니 웬일인가 싶었는데

감자박스에 자꾸 눈길 주는 걸 보니

감자와 양파에 물 튈까봐 감시하는 것 같다.

"물 튈까봐?"

"아니 뭐...."

얼버무리더니 돌아 선다.

다음 날 물 주는데 또 내다보기에

시침 뚝 떼고 물이 살짝 튀도록 했더니

물 좀 안 튀게 하라며 기겁을 한다.

 

"그러게, 지 알 지 둥지에 낳지 와 남의 둥지에 놓노..." ^^

 

-12.07.02 강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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