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소리/작은이야기

키 큰 달개비

강 바람 2015. 6. 17. 12:35

 

원래 그렇게 큰 키는 아니었다.

고만고만하니 그냥 그 높이만 유지하면 됐지

특별하게 튀어나올 이유도 없고

굳이 키 자랑 할 필요도 없었는데

어쩌다 흐르고 흘러

철쭉무더기 속에 뿌리내린 탓에

죽기 살기로 뻗혀 내 허리께까지 커버린 달개비.

살려고 애썼다만

그 덕에 자신을 키울 수 있었고

홀로 설 수 있는 근육을 키웠으니

어쩌면 고마운 일일지도 모를 일. 

이왕 그렇게 만났으니

적당히 경쟁하고 은근슬쩍 기대며 잘 살아라.

철쭉 사라지면

기댈 곳 없는 네 몸은 어이 지탱하랴.

 

비 맞은 달개비 사진보며

기우제 지내는 마음으로 비 노래 한 곡 듣는다.

 

-15.06.17 강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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