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그렇게 큰 키는 아니었다.
고만고만하니 그냥 그 높이만 유지하면 됐지
특별하게 튀어나올 이유도 없고
굳이 키 자랑 할 필요도 없었는데
어쩌다 흐르고 흘러
철쭉무더기 속에 뿌리내린 탓에
죽기 살기로 뻗혀 내 허리께까지 커버린 달개비.
살려고 애썼다만
그 덕에 자신을 키울 수 있었고
홀로 설 수 있는 근육을 키웠으니
어쩌면 고마운 일일지도 모를 일.
이왕 그렇게 만났으니
적당히 경쟁하고 은근슬쩍 기대며 잘 살아라.
철쭉 사라지면
기댈 곳 없는 네 몸은 어이 지탱하랴.
비 맞은 달개비 사진보며
기우제 지내는 마음으로 비 노래 한 곡 듣는다.
-15.06.17 강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