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급한 동백이 빨간 볼을 드러내고 웃고 있다.
작년 보다는 며칠 빠르지 싶은데
이맘때의 휑한 베란다를 밝혀주는 꽃이라
그 존재감이 남다르다.
물 주다가 보니 동백 씨앗이 있다.
꽃 진 뒤 씨앗 여물려 자연의 섭리대로 툭 떨어트렸지만
어떤 녀석은 타일바닥에 떨어지고
또 어떤 녀석은 창문틀에 끼어 썩기도 하는데
이 녀석은 굵은 마사 위에 얹혀 있다.
우리 어머니 머릿기름으로 쓰던 일이 생각나서
아무 쓸모도 없는 것을 하나 둘 모아두기도 했는데
지금은 어디에 뒀는지 기억에도 없으니
이 녀석 갈무리해봐야 금방 또 잊고 말겠지.
그래!
잊고 사느니 차라리 심어보자.
그러면 매일매일 들여다보며 안부를 살필 테니
어디에 있는지조차 모르는 것보다는 낫겠다 싶어
빈 화분 하나 찾아서
정성스럽게 묻고 잘 보이는 곳에 뒀다.
어떻게 심는지...언제 심는지 아는 게 없으니
관련정보를 찾아보면 도움 되겠지만
그냥 보관하는 셈치고 내키는 대로 했다.
혹시 아남? 내년 봄에 싹이 돋을지...
철없는 아이 같다는 핀잔이 두려워서
할매한테는 비밀로 했다...^^
-15.12.04 강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