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소리/작은이야기

자유인과의 동침

강 바람 2019. 2. 1. 23:37

 

더블클릭을 하시면 이미지를 수정할 수 있습니다

눈 구경하기 힘든 부산에 모처럼 눈이 왔는데

솔직히 눈이라 이름 붙이기도 민망한 상태지만

기온차가 다른 600고지의 앞산은 허연 머리를 하고 있으니

비록 집 앞엔 비가 되어 검은 아스팔트를 적시고 있지만

멀리 있는 저 풍경만으로도 남다른 하루였는데

“#$%^&*(~~” 자유인으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을숙도에 왔더니 을씨년스럽기만 하고 그래서 전화했습니다.”

알따 이리 온나

그렇게 만나서 일단 해운대 쪽으로 향하는데

짓눌린 하늘은 어느새 걷히고

안개 걷힌 앞산 꼭대기에 햇살이 하얗게 앉아있으니

~ 모처럼 온 눈인데 저 햇살에 녹아삐몬 우야노...”

그런, 걱정 같잖은 걱정 속에서도 길안내를 하는데

명색이 동네사람이면서도

두 번을 헤맨 후에야 일차 목적지에 도착했네요.


이 넘의 길치는 언제 면할꼬...

애들이 오면 가끔 가는 시랑리라는 바닷가 마을인데

모처럼 부산까지 온 자유인에게

갯냄새 나는 쇠주나 한잔 하자는 거였습니다.

일단 방파제 앞에 차를 세우고 주변을 살펴보니

자주 오던 곳이라 별 불만은 없지만

야영하기엔 여러 가지로 부족했습니다. 

술 마신 뒤에 캠핑장까지 갈 수도 없고



글타고 화장실 없는 방파제에서 자는 것도 쫌 글코...

그래서 주변 캠핑장을 검색해보니 오랑대가 나옵니다.

아 거기... 언젠가 한번 가볼끼라꼬 검색해봤기에

위치는 아니까 일단 취하기 전에 거기에 주차하기로 하고

1,5킬로미터의 거리를 이동해서 차를 세웠습니다.

밤새 들락거릴 수도 있으니 화장실 바로 옆에 주차를 하고  

왼쪽 오랑대공원에서 오른쪽 동암방파제까지 1.2킬로를

해질녘의 해안산책길 따라 가는데


왐마~ 원래 야트막한 야산이던 곳에

으리삐까뻔쩍한 리조튼가 뭔가가 줄줄이 늘어섰습니다.

햐 이거...이기 아인데...불과 두어 해 사이에...쯧 했지만 어쩌겠는교?


그나마 붉고 노란 노을이 그 불편함을 위로하데요.

노을은 이런 것 저런 것 안 가리고

어디의 누구에게나 같은 모습으로 피어 가슴을 토닥입니다. 

우야노, 옳든 그르든 세상은 변하는 거고

그 것 따라 사람도 변하는 게 현실니 

그래, 마... 느그는 느그고 우린 우리고...

중세의 고성 같은 압도적인 위용 코밑에 

나지막하게 엎드린 작은 식당에서

그댁 할머니께서 물질로 걷어 올리신 귀한 해산물을 곁들여

一杯一杯又一杯로 불편함은 잊고 반가움에 젖습니다.

석 잔이 한계인데 거의 한 병을 마셨고

시각은 열시에 가까워지고 식당 부부는 퇴근을 서두릅니다.

섣달 스무이레의 겨울 바닷바람이

붉어진 강바람의 귀뿌리를 냅다 찌르고 달아나지만

그 밤의 그 길, 그 알싸함과 흥겨움이라니...


흥얼흥얼 폰 불빛을 앞세우고

왔던 길을 되돌아 주차한 오랑대에 도착했네요.

그 길이 멀기보다는 오히려 짧은 느낌이었습니다.

무릎이 맞닿을 정도로 마주 앉았으니 뭐 그것도 괘안코 

자유인이 가끔 음용하시는 쇠주도 괘안코

식당에서 남겨 온 안주로 다시 또 주고받고

자유인은 넙죽 받고 강바람은 찔끔 받고...

그렇게 춥고 긴 동침의 밤을 보내고 일어났습니다.

불면 끝의 새벽이라 밍기적거렸지만

기상을 재촉하는 생리현상의 도움으로

다행히 제때에 깨어 일출 장면을 찍었습니다.


오랑대공원(五郞臺公園)

미랑대라고도 부르는 오랑대는 바닷가의 넓은 바위인데

옛날, 기장으로 유배 온 친구를 만나려고

시랑(侍郎) 벼슬을 한 다섯 명의 선비들이 이곳에 왔다가

술을 마시고 즐겼다는 데에서 유래되었다는 설이 유력하답니다.


식당이 있는 동암방파제에서

남쪽으로 직선 1킬로미터 거리에 해동용궁사가 있는데

그 산을 시랑산이라하고 시랑대라는 바위가 있는 걸로 봐서

시랑(侍郞)과 오랑(五郎)이 무관하지 않아 보이고

그 두 곳의 거리가 2킬로 안팎이라

그렇게 연결시키는 것에 무리는 없어 보입니다.

(*이 사진은 인터넷에서 퍼옴).


암튼, 바닷가 바위위에 인근 해광사의 용왕단이 있는데

특이한 모양의 용왕단과 일출이 어울려 일출명소로 알려진 이곳은

풍어제나 기우제를 지내기도 하고 무속인들의 치성처로

한때 관리소홀로 주변경관의 오염이 심각했지만

최근에 공원을 조성하여 많이 개선되었다고 하네요

그러나 아직도 무속인들의 시설물이 눈에 띄지만 

그런 인위적인 것을 떠나서 주변풍광은 나무랄 데 없으니

가꾸고 다듬는 건 사람하기 나름 아닌가 싶고 

국도에서 겨우 100 미터만 빠지면 닿는 자리라서 접근성도 괘안습니다.

기타 관련정보는 인터넷에서 확인하삼...ㅎㅎ


세수는 가지고 간 모자를 뒤집어쓰는 걸로 생략하고

자유인께서 준비하신 아침을 해결하고  

길을 재촉해 인근에 있는 죽성성당으로 향했습니다. 



죽성성당은 티브이 드라마 세트로서 웨딩촬영장소로도 잘 알려져 있는데

명절 밑의 평일 아침시각이어서인지 우리 외에 딱 한사람뿐이어서

밝은 햇살과 함께 촬영에는 더없이 좋은 조건이었습니다.

여행안내책자나 블로그들이 자주 올리는 기장 죽성리성당입니다.


죽성은

임진왜란 때 왜군의 장수 구로다가

부산 기장의 죽성리 마을 해안에 인접한 구릉을 이용하여

조선과 명나라 연합군의 공격에 대비하고

남해안에 장기간 머물기 위해 쌓은 성이랍니다.

둘레는 약 960m의 크지 않은 석성이지만

부산왜성과 비슷하며 기장성이라고도 불리어지고 있다네요.

현재 성곽이 남아 있으나 주변은 밭과 민가로 사용되고 있답니다.

*인터넷 자료발췌편집


그렇게 길지 않은 동행 끝에

각자 가야할 길의 갈림길에서

자유인은 다음 행선지로 떠나고

바람은 바람의 집으로 왔습니다.

예기치 않았던 하룻밤의 동침...

좋은 시간 만들어 주신 자유인 풀이님(Free) 고맙습니다.

안전하고 알차고 유익한 여행되시기 바랍니다.


손주녀석들 기다렸는데 때 맞춰 왔네요..

갑자기 +5가 되니 조용하던 방안이 가득 찹니다...^^


-2019.02.02 강바람-


'바람소리 > 작은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월대보름  (0) 2019.02.19
고향생각  (0) 2019.02.03
새해풍경  (0) 2019.01.02
아침산책  (0) 2018.10.05
깨어나는 시간  (0) 2018.09.18